긴 연휴를 보내고 돌아간 회사에서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래서 다음 휴일은 언제라고!" 기어코 맞이한 휴일은 침대 위에서 달콤하게 흘러갔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만 하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저를 일으킨 건 『아무래도 좋은 하루』였습니다. '어른은 이래서 좋다'며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잔 엉뚱 발랄한 결론에 '아무렴 어때!'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죠.
침대에 누워 가장 많이 한 일은 쓰기입니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정말 별거 아닌 것까지도 적었답니다. 두툼해진 일기장을 보니 무척 뿌듯하더군요.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란 문장에 기대어 오늘의 레터를 씁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억을 글로 남기고 싶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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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주차 독서달력입니다. 변화무쌍하게 요동치는 마음의 파동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2023, 달), 시작하기 좋은 나이, 스물아홉 『스물아홉, 작아도 확실한 행복이 있어』(2019, 뜻밖), 애쓰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마법 같은 동네서점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2022, 클레이하우스), 기록된 기억은 영원하다 『기록하는 태도』(2023, 지식인하우스), 우리를 자라게 하는 소중한 사람들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2023, 창비), 읽으며 안착한 삶의 의미들 『읽기의 의미』(2023, 행복우물), 꿈꾸고 생각하는 시인의 자리 『시인의 책상』(2013, RHK), 긍정의 힘으로 외치는 '아무렴 어때' 『아무래도 좋은 하루』(2023, 요호이) 까지 총 9권을 완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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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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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형 책 전시회 <사라지는 도서 쓰여지는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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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참여형 책 전시회 <사라지는 도서, 쓰여지는 하루>에 다녀왔어요. 우연히 전날, 전시 담당자분들과 저녁을 먹게 되며 비하인드를 들었는데요. 서로 알고 있는 책장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또 다른 이의 책장을 살펴본다는 기획이 너무나 신선했어요. 설명만 들어도 떨리는데, 구현된 모습은 어떨까 기대감이 대폭 상승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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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어 책장을 정리하다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언제 이렇게 책이 쌓였지?"
"누군가는 더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텐데"
"책이 더 의미있는 책장을 찾아간다면 좋겠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전시 소개문 中
소개문을 읽으니, 작년 이맘때 책 나눔 부스를 운영했던 게 떠올랐어요. 책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며, 손수 띠지 리뷰를 만들고 작은 편지지에 큐레이션 도서를 적었던 그날을 돌이켜보면 ‘산재한 막노동을 어떻게 해냈지’ 싶지만, 많은 손님을 응대하며 ‘이 책은 이래서 좋아요!’, ‘저 책은 어떠신가요?’하며 책의 대변인이 되었던 추억은 잊히지 않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거든요.
<사라지는 도서, 쓰여지는 하루>의 재밌는 룰은 ▶왜 이 책을 책장에서 꺼냈는지 ▶왜 이 책을 나의 책장으로 가져가려는지, 도서 옆에 놓인 메모지에 의견을 적는 거예요. 책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그 자리에 남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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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예약 이벤트로 받은 기록지 / 뽑기 이벤트로 받은 블라인드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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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더는 펼쳐보지 않는 책을 들고 전시회장으로 갔습니다. 입장하자마자 사전 예약 이벤트 선물을 수령하고, 예열된 마음으로 곳곳을 누비며 '왜 이 책을 두고 가는지', '왜 이 책을 가져가는지' 꾹꾹 눌러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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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책으로 받은 『챗GPT의 거짓말』까지. 들고 간 가방이 묵직하게 채워져 무척 뿌듯했어요. 책이 결코 지루하고 조용한 매체가 아님을, 제주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리도 많다는 걸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죠.
이 중, 2권은 단골 카페에 앉아 브런치를 먹으려 후루룩 읽어버렸어요.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싼 하루를 보내니 피곤했던 나날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답니다. 시즌 2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그땐 더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책장을 만나보면 좋겠다고 속으로 빌었어요!
읽고 쓰는 삶은 별스러운 것이 아녜요. 언젠가 자기소개서에 이런 문장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한 손에 든 커피 한 잔처럼, 책 한 권도 익숙한 물건이 되길 바란다'고요. 저의 마음은 여전히 변치 않았습니다. 책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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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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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도서 쓰여지는 하루>의 두 가지 키워드는 ‘책’과 ‘기록(씀)’입니다. 책을 가져오는 분은 최대 3권, 책을 가져오지 않은 분은 최대 1권까지 책장에서 골라갈 수 있었어요.
이번 전시의 기록이 궁금하다면,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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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사라지는 도서 쓰여지는 하루 인스타그램(@_23.10.07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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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나뭇잎 빛깔이 진해지더니 성질 급한 잎들이 가지에서 벗어나 툭 툭 떨어집니다. 낙엽을 바라보로며 당신은 생각에 잠기겠지요. 떨어진 잎과 떨어지지 않은 잎 사이, 그 시차에서 무언가 발견한 걸까요? (p. 16)
첫 장 첫 문단을 읽고 느꼈습니다. 이주의 책은 이거다!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을 적확히 묘사한 글을 읽으니 쓰는 일은 쌓인 낙엽과 닮았단 생각이 듭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찢어버린 종이 뭉텅이 같거든요.
『쓰는 기분』은 박연준 시인이 뭍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창작자들에게 쓰는 다정한 러브레터입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제게도 시는 어려운 장르인데요. 좋아하는 시인과 시집이 있음에도 이를 소개하는 건 참 어렵습니다. 아리송한 표현들 때문에요. 하지만 오래 관찰한 자만이 볼 수 있는 사유가 글에 묻어나기에 시인이 쓴 글을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박연준은 계속 묻습니다. 질문이 시가 될 수 있다고 일러주는 것 같아요. 고단한 삶에서 우리에게 닥친 고난과 역경에 심심찮게 의미 부여를 하지만 그는 되려 '의미란 작위적인 것이므로, 만드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다(p. 48)'며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죠. 그러게요. 우리는 왜 의미를 찾고 이해하려 애쓸까요. 그의 말마따나 최근 이해하려 했지만 결국 이해하지 못한 몇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정한 상상대로만 보려 한 걸까요.
시인은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좋은 눈 그게 시의 시작이자 전부일 수 있다고요(p. 97). 그가 말하는 '좋은 눈'은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실천하는 눈'입니다. 그의 제자 '김해서'의 글에서 이해했어요. 발톱은 '죽은 시간이 퇴적된 한 삼각지', 유성은 '저녁의 한쪽 귀에서 떨어진 귀걸이'가 되는 걸 보며,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시인이 내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한 표현법에서 내 문장은 열등하게 여겨졌어요.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진정한 자유는 '창작 행위'에 있다. (p. 125)
그동안 지나치게 읽기만 하고, 쓰진 않았단 걸 체감했지요. 얼마나 꽉 묶어두었는지, 해방의 둑을 열어젖히기란 쉽지 않습니다. 꿈꾸던 자유로운 글쓰기를, 전 할 수 있을까요. 진부한 표현이 아닌 창작의 별무리를 만들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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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기록을 하고 있나요? 저는 일기, 독서 리뷰, 기획 노트 세 가지를 씁니다.
무슨 기록을 어떻게, 어떤 노트에 해야 할지 막막한가요. 그렇다면 조원더님의 영상을 추천해요. 이참에 흰 종이를 나만의 세계로 가득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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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영 『단 한 사람』 (2023, 한겨레출판사)
열여섯 살 목화는 현실처럼 생생한 순간들을 꿈에서 목격합니다. 투신과 살해, 사고사와 자연사 등 무작위한 죽음의 장면 뒤로 '네가 구하면 살아'라는 목소리가 들리죠.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은 사람은 구원이 될 수 있을지 묻습니다. 비관만 늘어가는 세태 속에서 우리의 믿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 단춤 『이달의 마음』 (2023, 세미콜론)
단정한 그림체와 서정적인 글로 사랑받는 단춤이 쓰고 그린 사계절의 마음입니다. 모든 계절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 좋아하는 것에 사랑을 담는 기쁨을 전해요. 자주 실패하는 우리에게 힘이 되어줄 편지 같은 책은 "이달의 마음을 부디 잘 살피시며 편히 쉬다 가라"며 굽은 등을 쓰다듬죠. 때론 후시딘처럼 상처를 매만지는 책도 필요합니다.
📗 임선우 『초록은 어디에나』 (2023, 자음과모음)
엉뚱한 환상을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녹여내는 임선우만의 마법이 펼쳐지는 소설입니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놓인 갖은 초록의 장면이 담겼죠. 차고 단단한 슬픔의 파랑, 다정한 한 줄기 빛 노랑, 그렇게 완성된 따뜻한 슬픔의 색 초록은 무심한 듯 조화를 이루며 '이상한 현실'에 안정을 부여합니다. 별스러운 것들이 피워내는 작은 기적을 한번 만나보세요.
📗 김지언 『날마다 좋아지고 있습니다』 (2023, 일토)
명상 브랜드 '왈이네'를 운영하는 김지언의 심리 에세이입니다. 목표, 성공, 열심이란 단어에 숨 막힐 때가 있죠.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회의 문법을 좇는 것은 부작용을 낳아요. 저자는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되지?'라는 질문을 '오히려 내가 너무 열심히 했던 게 아닐까?'로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방향 점검이 필요한 요즘, 무척 와닿을 책 같아요.
📗 어라운드 편집부 《AROUND 91호: 잠의 시간》 (2023, 어라운드)
누구나 잠을 잡니다. 불면의 시간을 건너오기도 하고, 깊이 잠드는 시간도 있겠죠. 오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전, 91호의 제목이 맘에 들었습니다. 이번 《AROUND》에선 어떤 이의 잠, 꿈, 사물과 브랜드가 건네는 쉼 이야기를 고루 살펴볼 수 있어요. 때론 달콤하기도 무겁고 고단하기도 한 잠의 시간. 오늘 밤, 안녕한 잠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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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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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맞는 모든 순간은
완전히 향유한 자의 기억에서 지워진 뒤에야,
영원으로 남는 걸지도 모른다
박연준 『쓰는 기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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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브러리의 수서 목록을 읽으면서 2주 뒤, 10월 23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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