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라기엔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네요. 이상기후 때문인지 곳곳에선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펼쳐지고요.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날이 이어지면 계절을 타게 되는 것 같아요. 제멋대로 우울했다가도 기분 좋게 화창한 하늘을 보면 마음이 들뜨고요.
그러면 내 안의 물음표가 고개를 들곤 합니다. '너 잘 살고 있는 거 맞니?'. '벌써 1분기가 다 지났어. 계획한 건 이뤘니?' 하고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나요. 없다면 함께 만들어가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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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5주차 독서달력입니다. 불확실한 시간을 통과하는 마음 『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2024, 어크로스), 콘텐츠를 기르는 삶 『콘텐츠 가드닝』(2021, 퍼블리온), 생명과의 광활한 대화의 시도 『북극을 꿈꾸다』(2024, 북하우스), 책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 『하필 책이 좋아서』(2024, 북노마드), 브랜드와 서비스 언어를 가꾸는 UX 라이터의 글쓰기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2023, 윌북), 일상을 레퍼런스로 만드는 마케터의 기술 『마케터의 브랜드 탐색법』(2024, 한스미디어), 일과 삶을 돌보는 기분 좋은 응대법 『좋은 기분』(2024, 북스톤), 마케터 이승희의 아카이브 『별게 다 영감』(2021, 북스톤), 마디터의 5단계 전략법 『훅 끌어당기는 콘텐츠 마케팅』(2023, 아시아), 쓰는 일, 쌓는 일, 내가 되는 일 『매일을 쌓는 마음』(2024, 오후의소묘), 세계를 발명하는 이야기 『삶의 발명』(2023, 위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 셀프 인터뷰 『질문 있는 사람』(2023, 북스톤)까지 총 12권을 완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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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터슨》의 일상에는 루틴이 있습니다. 출근해서 버스를 운행하기 전, 폭포를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을 때, 저녁 작업실에서 '시를 쓰는 시간'이 그렇죠. 패터슨의 시계는 쓰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초침 소리도 잠들어 느리고 고요하게 흐르죠. 때론 골치 아픈 일이 생겨도 그는 덤덤합니다. 마치 일상이 그렇다는 듯 유연하게 넘기고 담담히 사색에 잠깁니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처럼 평화롭게 유영하며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줄곧 명사로만 얘기해 온, 누군가에 눈에 들기 위해 분투했던 삶에서 늘 질문을 안고 살았으니까요. 스물 중반까지 패터슨과 같은 일상을 살았습니다. 남들처럼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하면서요. 그처럼 글은 곁가지로 둔 채 말이죠.
꽤 오랫동안 출판사 서평단을 해왔고, 지금도 책 서평을 종종 씁니다. 주말이면 도서관에 가서 서가를 여행하고 북토크나 독서행사가 있으면 참여했죠. 그렇게 '남들처럼' 사는 데에 균열이 온 것은 취직하고 나서입니다. 보통의 삶을 살 거란 현실 감각 뒤엔 특별한 삶을 갈망하는 내가 있었고, 저는 소용돌이 속으로 마구 돌진하기 시작했어요.
그 뒤로 오랜 꿈인 출판 편집자, 에디터, 마케터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든 글 가까이에 살고 싶었고, 감사하게도 최종면접까지 가는 등 수확도 얻었죠. 하지만 제주라는 우물 속에 갇혀 있던 탓일까요. 딱 그뿐이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서울 친구들과 확연히 다른 걸, 가는 길목마다 느꼈어요. 20년 넘게 살아온 고향을 떠나온 것부터 모든 게 처음인 저는, 4평 남짓 좁은 방안에서 계속 쓰는 것밖에 할 수 없었어요.
덕분에 교육원에 입학해 글을 쓰는 동기들과 글과 영화, 공연 등에 대해 밤낮으로 떠들 수 있었는데요. 그때 인생의 황금기라 생각할 만큼 못 누린 문화예술을 실컷 경험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야외 스크린으로 좋아하는 영화 《패터슨》을 다시 보았고, 야외 페스티벌에 가서 좋아하는 밴드의 사운드를 온몸으로 느꼈죠. 코로나 시국이라 제한이 많았지만 저에겐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경험이 되었어요.
저의 포트폴리오 첫 줄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진심으로 설득하는 콘텐츠 제작자, 과정을 설계하는 운영 기획자 오금미입니다. 콘텐츠의 맥락을 찾아 연결하는 기획자입니다. 프로세스를 셋업 하는 과정을 즐깁니다. 공간, 라이프 스타일, 로컬, 출판, 자기계발을 둘러싼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는 제주에서 애정 가득한 이야기를 짓습니다."
과연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망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려 노력 중입니다. 꾸불꾸불한 나의 점들이 직선이 되는 날이 언젠지 모르겠지만, 계속해 보려고요. 혹시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분투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어요.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요. 그 시간이 양분이 되었듯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요.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함께 길을 걸어가 보자고요. 우린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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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아트인사이트>라는 매체에 주 1회 씩 문화예술에 관해 기고하고 있습니다. 위 내용은 엊그제 쓴 자기소개를 요약한 글이에요.
<마니브러리> 외에도 더 궁금한 리뷰가 있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해 향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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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질문 있는 사람』 (2023, 북스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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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유독 많은 질문에 답하던 달이었습니다. 정해진 질문에 올바른 답을 고민하는 시간이었죠. 그런데 막상 ‘정해진’이란 틀을 벗어나니 ‘나’에 대해 아무것도 답할 수 없더군요. 나는 여러 모양 중 어떤 도형인지, 어떤 색채인지 답하지 못하니 당황스러웠어요. 요행으로 벗어나기 힘든 질문은 더 깊이 내 안으로 파고들게 했습니다.
마케터 이승희는 ‘나를 바꾼 건 답이 아닌 꾸준한 질문이었다’며 자신을 알아가는 셀프 인터뷰 내용을 책에 담았어요. 현재 자신이 배우고 있는 걸 계속 말하고 보여주면, 00다움, 00스러움이 생긴다면서요. 머리가 띵 했습니다. 저도 여러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 한 우물만 지루하게 파고 있더라고요. 그저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주면 되는 것인데 이상하게 나를 말하는 건, 발가벗은 기분이라서 계속 회피하게 되네요.
남에게서 시작하지만 나로 귀결되는 것이 모든 콘텐츠의 마력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스스로 셀프 인터뷰 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p. 86)
그는 많은 사람이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몸소 실천해 보여줘요. 답하기 어려웠던 질문도 부록에 수록해 물음표의 쓸모를 재조명하죠. 자기 자신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건, 진짜 해보는 경험을 갖는 거예요. 무수한 콘텐츠들 사이에서 몸소 체득한 경험을 갖는다는 건 자기 서사를 갖는 것과 같으니까요.
내가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사람은 바로 나여야 한다. 질문하는 게, 좋은 질문이 중요한 건 맞지만 그 질문이 내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내 삶을 좌우할 사람이 나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나에게 관심을 갖고 질문하는 것은 중요하다. (p. 288~289)
위 문단의 첫 문장이 확 와닿던 건, 우리는 늘 타인에게 레이더를 가동하고 주시하기 때문이에요. SNS가 발달하면서 밖으로 쏟는 에너지와 부러움은 엄청나게 커졌죠. 하지만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걸 봐도 내 삶에 적용하지 않으면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니까요.
그래서 매일 나에게 한 개의 질문을 던지기로 했어요. 간단하게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부터 시작해서 좋았던 순간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쉬운 질문을 해보면서요. 가끔 일기장에 적을 게 없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을 때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든든한 내 해석이 쌓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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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로우앤드류 『프리웨이』 (2024, 웅진지식하우스)
자기계발 크리에이터 드로우앤드류의 신간입니다. 안전한 선택 대신 무모한 도전을 거듭하며 자신이 원하는 '자유로운 삶'에 도달할 수 있었던 방법을 소개하죠. 세상이 아니라 마음이 시키는 결정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방식. 그만의 방식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동경하며 응원을 보냅니다.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일한다'는 드로우앤드류, 그가 전하는 프리웨이는 무엇일까요.
📗 이주연 『봄은 핑계고』 (2024, 북스톤)
"계절을 벗 삼아, 계절을 탓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토로 펼쳐지는 '사계절 시리즈'의 신호탄. 미식 기자이자 시네밋터블 운영자 이주연이 말하는, 봄을 버무린 다섯 개의 이야기입니다. 모두 봄에 선택하고 봄에 결정하고 봄에 이루어진 일은 그의 말처럼 "봄에 태어났으니 존재의 근원 자체가 봄에 깃들어" 있기 때문일지도요. 장장이 읽어나가며 다가올 나만의 계절을 맞이해봐요.
📗장강명 『미세 좌절의 시대』 (2024, 문학동네)
복잡한 현대사회를 치열하게 묘파해온 장강명이 '미세 좌절'에 주목합니다. 이 말은 저자가 새롭게 고안해낸 조어로, 한국에 만연한 실패의 감각을 명명한 단어예요. 삶의 목표가 생존 그 자체가 되어버린 시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대사회의 여러 병폐를 들여다보고 문제의식을 펼치는 작가의 진단이 책 속에 충실히 담겨 있어요.
📗 현요아 『내가 너무 싫은 날에』 (2024, 책과이음)
다정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자아와 세계가 충돌하는 순간을 그리는 현요아 작가의 신작입니다. 내가 한없이 싫고 미워서 주저앉고 싶은 날에도 나를 지키고 가꾸는 법에 대해 담담히 얘기해요. 비록 실패할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단단한 사랑의 다짐은 우리에게 조용한 위로와 용기로 다가와요.
📗 문지혁 『고잉 홈』 (2024, 문학과지성사)
뉴욕에서 유학 생활은 한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소설집입니다. 아홉 편의 소설은 미국에 터를 잡고 사는 한국인 이민자나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나와는 동떨어져 보여도 한 편 한 편 읽어가는 동안 '그곳'이나 '이곳'은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죠. 우리가 닿고자 하는 '홈'으로 가는 길 위에서 삶의 진실을 담은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 어쩌면 그것이 작가의 일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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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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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매력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보여줄 줄 알면서도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사람 아닐까.
이승희 『질문 있는 사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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