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호. 못생긴 마음마저 사랑할 용기

2023. 2. 6.

1월 말부터 알 수 없는 무기력이 찾아왔습니다. 쉬운 일도 단번에 해내지 못하고, 뒤로 미루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를 탓하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그런다고 마음속 공허함이 채워지는 건 아닐 텐데 말이죠. 쳇바퀴처럼 잘 굴러가는 생활도 갑자기 지루해질 때가 있습니다. 잠깐 터널에 진입한 거죠. 터널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안전하게 서행하는 겁니다. 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출구는 있으니까요.

저는 일이 안 풀리면 책으로 도피합니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자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버릇이 있어요. 이번 레터를 준비하며 보니 엄청난 분량을 읽었더군요. 부디 이 기록이 여러분께 밝은 헤드라이트가 되면 좋겠네요.

📅 𝙱𝚘𝚘𝚔 𝙲𝚊𝚕𝚎𝚗𝚍𝚊𝚛

이달의 독서달력

2023년 1월 4주~2월 1주 차 독서달력입니다. 박물관 안팎을 두루 살피는 지극한 사랑 『박물관을 쓰는 직업』(2022, 마음산책), 순수한 영혼의 자유로운 방황 『가벼운 마음』(2022, 1984BOOKS), '카페 마니'에서 찾은 진정한 행복 『해피해피 브레드』(2012, 블루엘리펀트), 손글씨로 고찰한 쓰기의 통찰 『손글씨 찬가』(2022, 항해), 나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법 『생각의 쓰임』(2021, 위즈덤하우스), 작지만 소중했던 나의 집에게 『삶이 고이는 방, 호수』(2020, 헬로인디북스), 나로 살기 위한 치열한 자기 고백 『서울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2022, 일토), 못생긴 마음마저 사랑할 용기 『나주에 대하여』(2022, 문학동네) 까지 총 8권을 완독했습니다.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𝚂𝚝𝚛𝚊𝚢 𝚝𝚑𝚘𝚞𝚐𝚑𝚝𝚜

쉼표와 따옴표

《AROUND》 10주년 기념도서 '발견담'

[마니브러리 3호. 나를 돌보는 시간편]에서 《AROUND》 10주년 기념도서에 수록될 Q&A 답변을 적어 보냈다는 소식을 전했지요.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 소포가 도착했습니다. 작은 상자엔 어라운드의 발자취가 담긴 도서와 작년 12월에 열린 10주년 기념 전시 '발견담'을 소개하는 리플릿이 들어 있었어요. 조심스러운 손길로 포장을 벗기고, 페이지를 넘기며 무언갈 10년이나 지속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어라운드는 매호 한 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 작지만 가치 있는 이야기를 기록하지요. 10년 동안 변하지 않고 간직해온 가치는 어라운드만의 정체성이 되었어요. 꾸준함이 결과를 창출하려면 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만큼이나 운과 기회도 필요합니다. 그건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과 동행해야 가능한 일이죠. 어라운드는 '일상의 발견'이란 문구를 길어 올렸고, 독자들도 그 가치를 지지해준 덕분에 오랜 시간 빛날 수 있었습니다.

창간호를 내던 그때만 해도 어라운드는 이렇게 쉼 없이 책을 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물건도 사람도 교체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더군다나 출판 시장은 제작비용 상승과 독자층 감소로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라 평생이란 개념은 아득해졌죠.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10년이란 시간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이른감이 있지만 마니브러리의 지속가능성도 가늠해 봅니다. 격주 마감도 간신히 해내는 지금은 5년, 10년이란 시간보다 50호, 100호라는 숫자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만요. 과연 그때도 읽고 싶은 책이, 말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이야기가, 나를 응원해줄 독자가 남아 있을까요. 만약 장수한다면 너무 요란스럽지 않게 꾸준히 해온 것들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p. 136) 북레터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𝙱𝚘𝚘𝚔 𝚌𝚘𝚖𝚖𝚎𝚗𝚝

이주의 독서리뷰

김화진 『나주에 대하여』

자신을 갉아먹는 줄 알면서도 SNS를 들락날락합니다. 정사각형 세상 속,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잘 사는 것만 같아요. 그럴듯한 순간만 포착한 것인데도 나만 초라한 인생인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화진 작가는 이런 못생긴 마음을 탁월하게 그려내는 '마음 해부 전문가'입니다. 질투, 부러움, 우월감, 열등감, 소심함처럼 들키기 싫은 비루하고 쪼잔한 면면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묘사하지요.

『나주에 대하여』 속 8개의 단편은 몸만 훌쩍 커버린 '어른이'들이 등장합니다. 사별한 연인의 전 여자친구 SNS를 염탐하거나(「나주에 대하여」), 동경과 질투로 뒤엉킨 감정을 퍼붓고(「꿈과 요리」), 상처입은 경험을 계속해서 곱씹다가(「근육의 모양」), 애정어리고 조심스러운 말에도 쉽게 무너지는(「새 이야기」) 사람들이요. 이들은 하나같이 속엣말을 골몰하다 깨닫습니다. 입을 떼야 나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단 사실을요.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좋아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촌스럽고 의존적이고 속이 빈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져요.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요 누군가가 저를 좋아하는 일이. 몹시 중요해요. 한없이 그쪽으로 몰두하면 좋지 않을 걸 알아서 계속 경계하고 그 외의 것들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도…… 제가 하는 그 모든 일의 밑바닥에는 끈질기게 그 생각이 들러붙어 있어요. 본령처럼요. (p. 240, 「쉬운 마음」)

못생긴 마음은 좋아하는 마음에서 기인합니다. 망설이는 마음 한쪽에는 거절에 대한 불안감, 그러니까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주인공들도 영영 다시 보지 못할 관계를 두려워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걸 보면 못생긴 마음의 유무보다 금이 간 관계라도 이어갈 자신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세상에 완전무결한 관계는 없으니까요. 비로소 인물들은 속엣말을 멈추고 진심을 말로 전합니다. "미안해, 좋아해 그리고 사랑해"라고요.

작가는 "못생긴 마음들을 쓸 때 나는 이상하게 행복했다"고 밝힙니다. 저도 소설을 읽던 저녁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 여운을 이어 『나주에 대하여』를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려 해요. 소설에 투영된 나의 모난 마음을 살뜰히 살피고 보듬으며 사랑해주고 싶어서요.

유튜브 '민음사TV'의 [대화가 필요해 EP. 8: 작가 등판 캐릭터 밸런스 게임, 손민수 vs 막말러]에선 『나주에 대하여』 속 캐릭터로 밸런스 게임을 진행했어요.

여러분은 「꿈과 요리」의 '솔지' vs 「침묵의 사자」의 '지영' 중, 누구와 함께 살기가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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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민음사TV

📚 𝙻𝚒𝚋𝚛𝚊𝚛𝚢 𝙲𝚊𝚛𝚍

대출 희망합니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미션캠프

2월 1주차에 신청한 희망도서는 『문학이 필요한 시간』, 『아무튼, 현수동』, 『만지고 싶은 기분』, 『작별들 순간들』, 《컨셉진 97호: 당신에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요?》 입니다.

📗 정여울 『문학이 필요한 시간』 (2023, 한겨레출판)

정여울 작가에게 빛이 되어준 문학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사춘기 시절의 방황을 함께한 『호밀밭의 파수꾼』과 『데미안』부터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준 『모모』와 『바리데기』에 이르기까지, 작가 정여울의 뿌리가 된 문학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대학 시절, 그의 저서를 즐겨 읽었던터라, 작가가 포착한 다정하고 용감한 문학의 세계가 벌써 기대가 되네요.

📗 장강명 『아무튼, 현수동』 (2023, 위고)

55번째 아무튼 시리즈의 주인공은 '현수동'입니다. '현수동'이라는 동네는 실존하지 않습니다. 장강명 소설가가 자주 상상하고 빠져든, 자신이 살고 싶은 가상의 동네이지요. 작가는 말합니다. "당신은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나요?"라는 질문 바로 옆에는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라는 질문이 있다고요. 마음에 점 찍어둔, 그곳에서의 삶을 그려보면 알게 됩니다. 우린 안전하고 희망적인 삶을 원한단 걸요.

📗 요조 『만지고 싶은 기분』 (2023, 마음산책)

'거리두기'와 '비대면'의 시대로 삶의 많은 부분이 변했습니다. 서로 몸이 닿는 행위는 자제해야 했지요.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바라보는 요조의 시선은 '만짐'으로 향합니다. 다정한 손길을 그리워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깁니다. 가족과 친구, 동물에 대한 사랑을 예술과 사회까지 확장하며 만지고 교감하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면서요.

📗 배수아 『작별들 순간들』 (2023, 문학동네)

'한국문학의 가장 낯선 존재'라 불리는 배수아 작가의 산문집입니다. 작가는 독일의 시골 정원에 머물며 익숙한 고통과 근심, 언어 그리고 나 자신에서 벗어났을 때 새로이 느낀 순간들을 적어 내려갑니다. '나'와 '베를린 서가의 주인' 두 인물의 생활과 여행과 대화로 채워진 글에선 작가 특유의 세계가 느껴지지요. 그렇게 완성된 읽기와 쓰기, 작가로서 존재하기에 대한 글은 우리를 어디로 안내할까요.

📗 《컨셉진 97호: 당신에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요?》 (2023, 컨셉진 편집부)

1년 전, 휴간 소식을 전했던 《컨셉진》이 '변화'란 주제로 돌아왔습니다.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어울리는 말이지요. 컨셉진 97호는 삶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살다 보면 변화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지요. 그럴 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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