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김신지 작가님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새해를 맞아 기록 습관을 만들고 싶은 인파로 강당이 북적였어요.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던 심장도 열기에 쿵쾅대기 시작했죠. 행사가 시작되고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법’이란 제목이 화면 가득 채워지자 찡한 감정이 몰려왔어요. 지금은 고개를 한껏 빼 들며 흐릿한 화면 속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에 고무됐지만, 한때는 일어나 앉아 펜을 잡을 힘도 없었거든요.

  무기력하게 늘어져 시간만 가길 바라던 인생 최악의 순간. 생활을 이어 갈만한 단순하고 손쉬운 활동이 필요했어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는 그때 펼쳐봤죠. 다양한 기록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이상하게 기록 밖의 이야기에 위로받았어요. 평생 쓴 일기가 지역 역사가 된 할아버지부터 세월의 풍파로 사라진 집 사진, 내 어머니의 손때묻은 편지까지. 하루하루가 쌓이면 작은 변화에도 감동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그때부터 일기장의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만들어 먹은 음식이나 사고 싶은 물건 등 아주 사소한 걸 적었지요. ‘별거하지도 않았는데 시간만 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전달의 일기는 ‘너 이렇게 살았다’고 말을 건넸어요. 내가 뭐든 하고 살았던 걸 보여준 짧은 기록 덕분에 묘하게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지요.

  작가님은 기록을 ‘지금, 이 순간을 적어 미래로 부치는 일’이자 ‘시간에 휩쓸려 가는 게 아니라 삶의 방향키를 내가 쥐고 사는 일’이라 말해요. 평범함은 곧 고유함이란 말을 의심하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기록으로 증명해 보였죠. 이젠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아요. 당시 유치해 보였던 문장이나 오래 천착하던 고민이 해를 거듭해도 반복되는 걸 보며 그것이 저란 사람의 고유한 감성임을 알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