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호. 상반기 별책 부록

2023. 7. 10.

📚 19호. 상반기 별책 부록

앞다퉈 올라오는 타인의 상반기 회고록엔 온점이 찍혀 있습니다. 무언갈 이뤘거나 해냈단 표시겠지요. 저의 온점 위엔 곡선이 하나 그려져 있습니다. 겨우 단단해진 화살표가 폭우로 물렁물렁 변형됐거든요.

물처럼 흘러가듯 살다가 알맞은 길을 발견한 사람들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과거를 되짚으면 평탄한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옅은 희망을 품고 마니브러리도 회고 러쉬에 탑승해 봅니다. 하드코어 인생에도 한 줌 볕이 좋던 날이 있지 않겠어요.

📅 𝙱𝚘𝚘𝚔 𝙲𝚊𝚕𝚎𝚗𝚍𝚊𝚛

이달의 독서달력

2023년 7월 2주 차 독서달력입니다. 고단함을 녹이는 달콤한 한입 『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2022, 세미콜론), 자율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감각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2023, 마음산책), 진짜 내가 되고 싶다는 갈망 『수브다니의 여름휴가』(2022, 밀리의서재), 떡볶이를 향한 애틋하고 찬란한 예찬론 『언제나 다음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지』(2023, 세미콜론), 일터를 영리하게 이용하는 일잘러의 태도 『나 좋자고 하는 일인데요』(2023, 뜨인돌출판사), 기록학자가 알려주는 똑똑한 기록법 『거인의 노트』(2023, 다산북스)까지 총 6권을 완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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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𝙼𝚘𝚖𝚎𝚗𝚝𝚜 𝚠𝚒𝚝𝚑 𝚝𝚑𝚎 𝚋𝚘𝚘𝚔

2023년 상반기 독서 결산

* 템플릿 출처: 교보문고

여러분은 언제 책을 펼치나요? 저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꺼내봅니다. 이상하게 독서는 뭐라도 찾은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중요한 건 읽은 만큼 기록을 남기는 겁니다. 솔직히 저는 읽기만 왕성할 뿐, 쓰기는 내팽개친 지 오랩니다. 격주로 돌아오는 레터 마감 덕분에 완전히 놓지 않을 수 있었죠.

요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게 한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생각의 뒤꽁무니만 쫓으니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눈물이 울컥 차오르던 날, 펼친 책은 힌트를 제시했습니다.

삶에서 괴로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 많은 조각을 잘 분류할 줄만 알아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말 간단한 방법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잠들어 있던 생각의 조각들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김익현 『거인의 노트』, p. 285~286)

저자의 말대로 노트를 펼쳐 문제의 원인과 마음이 원하는 바를 서걱서걱 적었어요. 적으니 숨어있던 내 진심이 보이더군요. 무신경하게 넘어간 삶의 모서리마다 손전등을 비추니 합당한 이유가 심겨 있었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글로 남기며 안 사실이지요.

이어서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책과 함께한 순간들'을 짧게 적어봤습니다. 도서관 옆에 새로운 서점이 생겨 좋았고, 맘에 든 문장을 손으로 꾹꾹 눌러 담으며 평온한 노년기를 그려도 봤지요. 먼지 쌓인 책이 반기는 카페에서 커피 두 잔에 취해 울렁거려도 봤고, 비행기 독서를 반가운 음료 서비스와 즐길 수 있어 기뻤습니다. 성큼 다가온 더위에 여름 책을 꺼냈고, 회사 일로 소모되는 날이면 근처 서점으로 달려가 점 찍어둔 책을 사는 낙(樂)을 만들기도 했지요.

부지런히 읽고 쓰는 건 여전히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함이지요. 상처를 헤집는 일이 아니라면 생각의 조각을 자주, 눈에 보이도록 털어놔야겠어요. 해답은 내 안에 있단 걸 자주 인식하면 진통이 덜할 테니까요.

🎈별책 부록: 상반기 𝑩𝑬𝑺𝑻 𝑩𝑶𝑶𝑲

지난 6개월간 마니브러는 78권을 읽고, 12권을 추천했어요. 고르고 골랐지만 아쉬움이 남는 책들도 분명히 있답니다. 소개할 만한 책이 없어 고심한 적도 있었고, 주제에 맞게 부러 선정한 책도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별책 부록으로 상반기 BEST BOOK을 순수하게 골라봤어요. 입이 간질간질했지만, 조용히 넘어갔던 작품들을 짧게나마 조명해 봐요✨

📗백수린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동네 #사랑 #이별 #따스한통찰

"사는 건 집을 찾는 여정 같아".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문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는 재개발이란 단어가 오가는 동네에서 이웃이란 가깝고도 낯선 단어를 감지하죠. 쓸려간 삶의 터전과 떠나버린 생명의 잔해 속에서도 그가 훼손되지 않은 건 선의의 기억 때문입니다. 작가는 변하는 것들의 뒷면을 아로새기며 눈을 맞춰요.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을 느끼죠. 따스한 통찰이 제가 추구하는 삶과 닮아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알렉스 슐만 『세 형제의 숲』

#유년시절 #상처 #서스펜스 #먹먹한반전

슬픈 가족사에 뒤엉킨 불화, 혼란을 감지하며 크는 아이들. 뒤숭숭한 요즘 세상에 꼭 읽어야 할 요소가 다 들어있어요. 우리는 단면만 보고 사람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죠. 그 경계가 모호한 것이 바로 가족입니다. 닐스처럼 회피하며 자신을 보호하고, 피에르처럼 치고 받으며 분노를 표출하고, 베냐민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어른이 되죠. 앞으로 나아가려면 내면의 어린아이를 마주해야 합니다. 결국 진실에 당도한 이들처럼요.

📗김유담 『돌보는 마음』

#가부장제 #돌봄노동 #여성 #가족

가부장제 속 돌봄 노동이 어떻게 여성에게 대물림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집이에요. 읽다가 복장이 터진다면 삑 정상입니다. 이모, 아가씨 등 엄마 주변 여성이 떠안은 부조리한 돌봄, 육아-출산-휴직으로 이어지는 속박의 굴레, 중장년-노년으로 향하는 돌봄의 끝, 간병과 요양까지. 끊을 수 없는 돌봄의 속성을 소설은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우리는 가까운 이의 노동을 통해 무럭무럭 자랐어요. 그래서 마음 한편이 불편합니다. '나 하나만 희생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말속엔 하나가 아닌 열댓 명이 스쳐 갔으니까요.

📗박성희 『집의 일기』

#나의집 #나이듦 #성찰 #단순한기쁨

출퇴근으로 허둥대고 돌아온 집은 주말이 되어서야 눈에 들어옵니다. 뽀얗게 쌓인 먼지와 널브러진 빨랫감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색깔, 공기와 냄새, 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어요. 일흔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지은 박성희는 비로소 삶의 벅찬 순간을 경험합니다. 그의 일기를 정성 담아 옮기며, ‘내가 바라는 삶은 이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단정하고, 정갈하게 계절을 누비며 사사롭게 손을 뻗는 그런 쁘디 할머니가 되어 보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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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𝙻𝚒𝚋𝚛𝚊𝚛𝚢 𝙲𝚊𝚛𝚍

대출 희망합니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7월 2주 차에 신청한 희망도서는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끝내주는 인생』,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서점』, 『여름의 루돌프』, 『너무나 많은 여름이』입니다.

📗 유지연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2023, 책사람집)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는 기획자, 서울의 감각을 새롭게 만드는 멋진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입니다. 쇠락했던 거리를 핫플레이스로 만들며 자본의 관심을 끄는 이들은 취향을 기획의 힘으로 풀어내는 독보적인 재주를 뽐내죠. 취향도 비즈니스가 되고, 경험도 설계되는 시대, 이들의 영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2023, 디플롯)

'일간 이슬아'부터 소설 『가녀장의 시대』까지 독보적인 길을 걷는 이슬아의 신작입니다. 고생 한복판에서도 농담할 수 있는 사람이길 희망하는 작가는 오늘도 뛰고 쓰고 노래하며 끝내주는 인생을 가슴에 품지요. 더 깊고 넓고 고유하게, 생동하는 이야기로 팔딱이는 이슬아의 글맛을 얼른 맛보고 싶습니다.

📗 문보영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서점』 (2023, 문학동네)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서점'은 모래에 파묻힌 책 위로 모래비가 휘날리는 서점이에요. 사람들은 이곳에서 잘린 손을 잡고 타인의 인생을 읽습니다.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상상이지만 시인은 존재 사이에, 세계 한가운데에 뚫린 깊은 구멍을 들여다보죠. 웃음 짓게 하는 발랄한 시상은 외롭지 않고 다정합니다. 얼른 모래서점의 문을 벌컥 열고 싶네요.

📗 김성라 『여름의 루돌프』 (2023, 사계절)

여름을 맞은 바닷가마을엔 육십 년 해녀로 살아온 할머니와 하늬바람이 불어오는 북쪽 방이 있어요. 작가의 경험이 투영된 바닷가마을은 비릿한 냄새에 코를 쥐던 어린 나를 떠올리게 하죠. 순식간에 할머니집 시원한 마룻바닥을 소환하는 책은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은 정겨운 여름 단상을 떠올리게 만들어요.

📗 김연수 『너무나 많은 여름이』 (2023, 레제)

낭독회에서 읽어주기 위해 쓴 짧은 소설들을 모은 책입니다. 표제작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제외하면 짧게는 16매부터 길어도 50매가 채 안 돼요. 소설들은 삶의 어느 한 장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삶 전체를 관통해 지나가며 우리를 멈칫, 하게 만듭니다. 쓰여지고, 읽고, 듣고, 또 '다시' 쓰여진 이전과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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