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잊을 수 없던 사건은 바로 가족들의 코로나 재확진이었죠. 정신없이 수발을 들다 보니 뉴스레터 발행일이더군요🥲 발을 동동 구르며 분주히 빈 화면을 채우던 어제는 제 생일이었어요. 가족들조차 모르고 지나간 생일에 서운할 나이는 지났지만, 나만은 탄생일을 알아줘야 할 것 같아 소심한 미루기를 감행했습니다. (혹시 기다리신 분들이 있다면 죄송해요😭🙏🏻)

 여러분의 자기 돌봄 방식은 무엇인가요? 모르겠다면 소개할 책들이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 Stray thoughts

 금요일 저녁마다 떠들썩한 도시를 뒤로하고 시골로 향하는 직장인이 있어요. 2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주말 보금자리 수풀집의 주인 김미리입니다. 그는 번아웃으로 퇴사를 염두에 두다 귀촌으로 방향을 틀며, 5도 2촌(5일은 도시, 2일은 시골에서 보내는 것)이란 이중생활을 1년 넘게 지속했죠. 

 집에서 집으로 떠나는 아주 익숙한 여행(p. 26)은 이제 막 눈을 뜬 갓난아이처럼 새롭게 일상을 바라보게 해요. 호젓한 시간을 누릴 요량이라면 큰코다쳐요. 폐가를 리모델링한 집은 올 때마다 수리가 필요한 곳이 생기고,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엉망이 되기도 하거든요. 하루가 다르게 풍성해진 텃밭을 관리하는 일만으로도 날은 훌쩍 가버려요.

 그런데도 시골이 기다려지는 건, 손길이 닿은 만큼 나아진 내가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집 안팎을 돌보는 일이 곧 나를 돌보는 일이거든요. 수확을 마친 땅에 깊이갈이를 하듯, 사람에게도 영글기 위한 휴식기가 필요하단 걸 이젠 알아요. 비록 도망치듯 찾아온 시골이지만, 자기 몫의 하루를 채워간 덕에 뿌리가 단단해졌단 것도요.

 

 사계절을 고스란히 담아낸 페이지를 보며 어릴 적 할머니댁 풍경이 그려졌어요. 옥상에서 보이던 공천포 바다, 텃밭에서 자라던 감자, 집 뒤편과 하우스의 귤나무, 할아버지가 쥐여준 분필로 마당에 그린 그림들. 사소한 것들이 저를 구성하고 있거든요. 나이가 들면 살고 싶어서 점찍어둔 마을이 있을 만큼 조용한 시골살이가 그립기도 해요. 

 "그럼 나중에는 시골에 가서 살 건가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선뜻 답하지 못해요. 오히려 '이렇게도 살 수 있고 저렇게도 살 수 있는데 나는 이 삶을 택할 거야'하는 선택지가(p. 215) 있다 말하죠. 변덕이 심한 마음은 때가 되면 약간씩 기울 거예요. 시골로의 도망이 여행이란 선물로 바뀐 것처럼요.  

 데뷔작 「하긴」으로 문학장에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신예’라는 호명을 얻은 이미상의 첫 소설집입니다. 작가는 속물주의, 도덕적 허위, 불법 촬영 피해자 등의 문제의식을 스릴러적인 면모와 여성주의적 메시지를 더해 색다르게 표현합니다. 벌써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든다는 그의 소설이 기대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 신지은은 '유물 뒤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그는 박물관과 이용객을 연결하는 이야기를 쓰면서 자신 안의 시간을 발견하지요. 박물관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모든 일의 뒤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자리하고 있음을 환기합니다. 

 콘텐츠 시청 습관이라는 작은 주제로 우리 사회 전반의 트렌드 변화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책입니다. 이나다 도요시는 '빨리 감기', '건너뛰기', '몰아보기' 습관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리고 '실패하면 안 된다'라는 압박과 '차별화되고 싶다'라는 욕망이 트렌드를 끌어냈다 판단하죠. '작품'보다 '콘텐츠'에 익숙한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변할까요?

춥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겨울이,

언젠가부터 고요하고 평화롭게 느껴졌다.

겨울만이 주는 평온함이 있다.

눈부신 봄, 활기찬 여름, 넉넉한 가을을 지나

마지막으로 겨울에 도착하는 이유일 것이다. 

김미리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