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호: 최악에 곁을 내주지 않는 법

2022. 11. 13.

마니브러리 1호를 발행하고 고뇌에 빠졌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단 걸 알면서도 미련한 마음은 계속 지지난 주에 머물렀어요. 무수한 수정을 했음에도 자꾸 미숙한 부분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런데도 따뜻한 응원을 보내준 분들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각종 사고가 잦았던 지난 2주였습니다. 많은 분이 슬픔과 분노에 잠겨 있었을 것으로 생각돼요. 저는 마음이 어지러워 가벼운 책들과 함께 일상을 돌봤습니다. 이 책들이 여러분께도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끝으로 이태원 참사 부상자분들의 회복을 기원하며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Book Calendar

이달의 독서달력

2022년 11월의 1~2주차 독서달력입니다. 이주에는 미니멀리스트 단순한 진심의 소소익선 에세이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2022, 위즈덤하우스),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2022, 클레이하우스), 잡학다식 에디터의 편식 없는 취향 털이 『나다운 게 뭔데』(2022, 알에이치코리아), 책 읽듯 드라마를 감상해 온 드라마 관찰자의 기록 『드라마의 말들』(2022, 유유), 나를 위한 망설임 없는 선택을 권하는 『나를 아끼는 마음』(2022, 요호이), 우리가 사랑한 창작자의 작업실을 조명한 『작가의 방』(2022, 부키)까지 총 6권을 완독했습니다.

* 갈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Stray thoughts

쉼표와 따옴표

*출처: 김정현 『나다운 게 뭔데』中

신도 미신도 믿지 않지만 제 발로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어요. 무엇 하나 쉽게 풀리지 않는 인생이 처음부터 꼬인 게 아닐까 싶어서요. 친구 손을 꼭 잡고 찾은 사주카페에선 뜻밖의 풀이를 들었어요. 최악이라 여겼던 시기는 삼재도, 액운도 끼어들지 않았단 걸요. 최악을 자주 상상하면 실현된다는 걸 그때 알았죠.

요 며칠 잊고 살았던 최악의 상황을 자주 그렸어요. 심기일전해 쓴 글들이 줄줄이 낙방했거든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내 이름 석 자의 아쉬움도 잠시, 이태원에서 안타까운 참사 소식이 전해졌어요. 작은 상실은 엄청난 해일이 되어 저를 삼켰고, 허우적대다 겨우 정신을 차리니 뭍에 축 늘어진 내가 있었죠.

무심코 적은 단어의 무게가 하찮은 저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어요. 보도 규칙을 지키지 않은 자극적인 뉴스, 인류애를 상실한 발언과 행동들, 매력 없는 작문 실력 모든 것에 회의감이 들었고요. 갈피를 잃고 방황을 거듭하던 중, 불현듯 사주 선생님의 한마디가 떠올랐어요.

"너는 문(文)을 품고 태어났으니, 관련된 일을 해야 인생이 풀릴 거야."

순간 퀴퀴한 곰팡내가 진동하던 사주카페로 머릿속에 펼쳐졌어요. '글과 나는 운명'이라며 마스크 뒤로 실실 웃던 제 얼굴이, 불안을 확신으로 바꿨던 그 에너지가 지금 필요했죠. 가슴 속에 문(文)을 다시 새기며 성공한 모습을 상상해 봤어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될 거길래 이런 시련을 겪나 하면서요. 신나게 상상력을 발휘하다 보니 어느새 온기가 몸을 가득 채웠어요.

좋은 것만 걸러 들어야 할 때가 있어요. 어떤 이름이 남을지 삶과 죽음은 알려주지 않아요. 그러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려고요. 최악에 곁을 내주지 않고 일상을 바로 세우면서요.

💬 Book comment

이주의 독서리뷰

김져니 『나를 아끼는 마음』

무더운 여름 버스 시간이 남아 찾았던 동네서점에서 김져니 작가를 만났어요. 꼬마 니콜라가 연상되는 그림과 술술 넘어가는 문장에 매료되어 한참을 서 있었죠. 무얼 살까 고민한 끝에 가볍게 읽을 수 있을듯한 『나를 아끼는 마음』을 데려왔어요.

밤공기가 차가워진 지금에서야 이 책을 꺼냈어요. 읽는 내내, 거울을 보는 것 같았지요. 작가의 이야기는 제 이야기였어요. 단돈 300원 때문에 디카페인 변경을 포기하는 사람, 무얼 먹겠냐는 질문에 '아무거나'로 일관하는 사람, 좋아하면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닌 사람,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갇혀있는 사람. 야박한 인간의 종합이 바로 나였거든요.

작가는 "나를 아껴주기 위한 작은 선택들이 조금씩 쉬워지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p. 15)"고 말해요. 행복의 끓는 점이 낮은 그는 조용한 침묵, 따스한 햇살, 살랑거리는 바람에 금세 기분이 좋아지죠.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었어요. 선택에 앞서 내 의사를 묻는 것, 오직 그거면 됐죠.

현실에 치여 탁해진 동심을 돌아보게 하는 김져니의 작품들은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같아요. 잠시 채찍은 멀리 치워두고 지친 동심을 돌보기로 했어요.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생일선물도 주었죠. 쉽사리 본심을 내보이긴 어려운 세상이지만, 내게만큼은 솔직한 마음을 미루지 말아요.

📝리뷰 더보기

📕김져니 저서 더보기

📚 Library Card

대출 희망합니다!

*글/사진 출처: 교보문고

11월 2주차에 신청한 희망도서는 『나주에 대하여』,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 『도서관은 살아있다』, 『마음 쓰는 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입니다.

📗 김화진 『나주에 대하여』(2022, 문학동네)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나주에 대하여」를 읽고 놀랐습니다. 흠모하던 편집자가 소설가로 데뷔한 순간이었거든요. 『나주에 대하여』는 김화진의 첫 소설집으로 '타인의 마음'을 탐색하는 작품이에요. 좋아하는 마음을, 솔직하고 성실하게 헤아리는 여덟 편의 이야기 속으로 얼른 빠져보고 싶네요.

📗 김해서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2022, 세미콜론)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는 동명의 브런치북을 보태고 다듬은 김해서의 첫 산문집입니다. '슬픔을 힘껏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인 그는 용감하게 슬퍼하되 그사이의 희망과 사랑, 기쁨도 함께 읽어내며 삶과 화해하는 이야기를 그려요. 부단히 편지를 띄우는 작가에게 우리는 어떤 답장을 할 수 있을까요.

📗 도서관여행자 『도서관은 살아있다』(2022, 마티)

마티의 온(on) 시리즈 2권의 주인공은 도서관 애호가인 '도서관여행자'입니다. 미국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그는 트위터에서 도서관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죠. 활기찬 도서관의 이야기, 그리고 지역 공동체로서 도서관이 기능할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 고수리 『마음 쓰는 밤』(2022, 미디어창비)

천천히 그리고 확실한 걸음으로 오래 쓰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삶을 언어를 꺼내 쓰는 고수리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나'의 중심을 잡아준 글쓰기부터 글쓰기 수업의 풍경과 학우들의 모습까지 선명히 담으며, 내밀하고 다정한 쓰기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해요.

📗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2022, 열린책들)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전4권) 에선 소설 속에서 볼 수 없는 울프의 생생한 육성을 느낄 수 있어요. 그중 『문학은 공유지입니다』는 문학에 대한 애정과 깊은 통찰을 담았지요. 과연 울프는 문학이라는 드넓은 공유지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지향했을까요.

* 갈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