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호. 만남이란 글자가 써 내려간 작은 책

2023. 4. 17.

이주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소개하고 싶은 도서도 넘쳐났습니다. 끓어 넘치는 말들을 힘껏 눌러 담아 줄인 게 오늘의 편지네요.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이 나곤 합니다. 이상하게도 <마니브러리>를 만들 때만큼은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어요. 이번에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지, 하며 뒤로 넘길 줄 아는 귀여운 여유가 생긴 걸까요🤔

뜻하지 않은 만남은 깜박 잊었던 마음을 되살리기도 합니다. 지난 이주 간, 여러분에겐 어떤 인연이 스쳐 갔나요. <마니브러리>가 마주친 소소한 인연들을 한 번 만나 보실래요?

📅 𝙱𝚘𝚘𝚔 𝙲𝚊𝚕𝚎𝚗𝚍𝚊𝚛

이달의 독서달력

2023년 4월 2주차 독서달력입니다. 불안정한 일터 속 '나의 일'에 대한 명확한 성찰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2019, 어크로스), 책의 면면을 나의 장면으로 가져오는 읽고 쓰기 『살아가는 책』(2023, 마음산책),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집에서의 안식 『집의 일기』(2023, 책사람집), 준비 없이 어른이 된 이들을 위한 동화책 『갑자기 어른』(2022, 요호이), 스티비가 말하는 이메일 마케팅 트렌드 『내일의 뉴스레터』(2023, 스리체어스), 삶의 작고 평범한 기쁨들을 위한 찬가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2021, 문학과지성사), 대충과 최선 사이, 숨 고르는 일상 기록 『준최선의 롱런』(2019, 비사이드)까지 총 7권을 완독했습니다.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𝚂𝚝𝚛𝚊𝚢 𝚝𝚑𝚘𝚞𝚐𝚑𝚝𝚜

쉼표와 따옴표

우연한 만남이 주는 설렘으로 가득했던 나날이었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 탄성을 내뱉던 시간도 잠시, 새로운 공간에서 만난 책들이 저를 들뜨게 했어요. 낯선 곳에서 발견한 책을 품에 안는 자체만으로 마음이 충만해졌지요.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소소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봄입니다. 이 짧은 계절이 제게 선물한 이야기를 고이 담아봤어요. 우리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어떨까요?

🔖공항서점

자주 가는 도서관 근처에 새로운 책방이 생겼습니다. 이름은 '공항서점'. 여행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행자를 위한 책을 큐레이션 하는 곳이에요. 여행의 느슨한 바이브와 어울리는 가벼운 책들이 많았답니다. 마침 읽고 싶던 에세이가 있어 구매하고, 개업 떡과 굿즈를 선물로 받았어요! 서점 앞, 공원 정자에 앉아 따끈한 떡을 오물거리며 '딱 이만큼의 기쁨'만 유유히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아 참! 공항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쿠폰을 찍어줘요. 10개가 모이면 원하는 책 한 권을 고를 수 있다니, 나른한 오후 한가로이 책 사이를 여행해 보는 건 어떨까요.

🔖2023 제주북페어 - 책운동회

제주의 즐거운 봄축제 <2023 제주북페어 - 책운동회>에 다녀왔습니다. 제주북페어는 탐라도서관이 주최하는 행사로, 전국의 출판 창작자들이 모이는 대규모 책 박람회에요. 2019년 첫 개최 후, 코로나로 3년을 쉬다가 작년에 재개되었는데요. 올해는 제약이 완전히 풀려서인지 이전보다 다채로운 창작자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부스를 하나하나 구경하고 싶었는데, 하필 제가 방문한 시간대에 인파가 몰려 세심하게 보진 못했어요. 다행히 좋아하는 작가님 부스 번호를 알고 가서 원하는 책은 살 수 있었답니다! 다음에는 오픈런해서 유유자적 즐겨보려고요.

🔖리드앤라이트

읽고 쓰는 사람을 위한 공간 '리드앤라이트'가 문을 열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공간이 오픈할 거란 걸 작년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오랫동안 준비하신 D님의 이야기가 멋지게 구현된 걸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답니다. 사진 속 자리에 앉아 일기를 무려 6장을 썼을 만큼 몰입감이 상당한 공간이에요. 비치된 펜의 필기감이 좋아 찾아봤는데, 알고 보니 장바구니에 담아놨던 상품이더군요. 사용도 해봤으니 지르는 일만 남았습니다! 리드앤라이트는 프리오픈 기간을 마치고, 재정비를 거쳐 정식 오픈을 한다고 해요. 할 일은 집에 둔 채, 작은 노트만 들고 이곳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부유하는 생각을 적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될 거예요.

🔖이후북스 제주

책방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런 분들을 위해 이후북스 제주는 매월 '일일책방지기' 체험을 진행합니다. 저는 친구 S가 책방지기를 한다고 해서 응원차 다녀왔어요. 둘만의 고요한 시간도 잠시, 단체 손님이 오셔서 모르는 척 애꿎은 서가만 두리번거렸지만요. 계속 손님이 들어와서 얼른 책 한 권만 구매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어요. 집에 돌아와 후기를 물으니 마감 시간까지 손님들이 계속 와서 정신이 없었다네요. 제가 판매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가 매출을 많이 올린 것 같아서 뿌듯했답니다.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공간 계정으로 연결돼요.

💬 𝙱𝚘𝚘𝚔 𝚌𝚘𝚖𝚖𝚎𝚗𝚝

이주의 독서리뷰

필리프 들레름 『크로와상 사러 가는 아침』

잘하면 뭔가 거의 이루어질 것 같은 그런 날들이 있는 것이다.

(p. 17)

저자 필리프 들레름은 일요일 저녁마다 찾아오는 회한과 괴로움을 정확히 아는 사람입니다. 그는 목욕물에 쪼글쪼글 불어버린 손가락을 휘저으며 말하죠. 지나간 한 주에 대해, 내일이면 다가올 한 주에 대해 생각하지 말자고요. 왜냐하면 그 시간은 이미 멀어졌거나 아직 당도하지 않았으니까요.

이 책은 '삶의 작고 평범한 기쁨들에 집중하자'는 익숙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 내 일상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지겹고 뻔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거예요. 다만 찐-한 하루를 보낸 뒤, 이불의 바스락거리는 감촉을 느끼며 슬며시 웃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될 거로 생각합니다.

들레름은 "하나의 소박한 판타지라 할 수 있는 그 삶은 집 안에서 치러지는 절차의 순서를 바꾸기만 하면 얻을 수 있다(p. 16)"고 합니다. 갓 구운 크루아상을 사서 품에 안고 돌아오는 넉넉한 만족감과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느끼는 손에 만져지는 행복감은 완전한 것이라 노래하죠.

우리는 잡다한 이 보물들을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벌써 가슴이 뿌듯하다. 지금부터는 이삭 줍는 마음으로 진열대에 있는 다른 보물들을 되는대로 주워야겠다 생각한다. (p. 107)

그리 길지 않은 문장마다 화자가 아주 기쁘고 행복하단 게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라며 가르치려 들지 않아요. 오히려 "소박한 삶의 상징들에 결부된 지적 허영은 종종 감미롭게 느껴진다(p. 23)"고 시원하게 인정하죠. 타고나기가 긍정적이라 옆에 있는 사람도 밝게 물들이는 사람 있잖아요. 저자는 그런 사람 같습니다. 우울한 하루도 달달한 디저트 한 입으로 녹여버릴 것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이 엿보이죠.

꼭 행복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행복은 몰라도 대부분의 순간을 평화롭게 보내고 싶다면, 한 번 적어볼까요. 내가 편하다고 느끼는 지점을요.

저는 일과가 끝난 밤, 좋아하는 음악을 작게 틀고 잠이 올 때까지 책을 읽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쁘디 시간을 책임지는 음악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봤어요. 독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연주곡부터 가사가 있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곡까지. 사서 마니가 실제로 아끼는 음악들을 한번 들어보세요💤

마니의 심야 독서 플리 듣기🎶

📚 𝙻𝚒𝚋𝚛𝚊𝚛𝚢 𝙲𝚊𝚛𝚍

대출 희망합니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4월 2주차에 신청한 희망도서는 『우아한 언어』, 『평온한 삶』, 『무해한 복숭아』, 『느티나무 수호대』,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입니다.

📗 박선아 『우아한 언어』 (2023, 위즈덤하우스)

간혹 말과 글이 가진 정확하고 또렷한 힘이 버거운 날이 있습니다. 저자는 그런 날 사진이 위로했다고 말합니다. 정지된 장면에 설명 없이 쌓여가는 이미지는 새로운 언어로 자리매김하지요. 꾸준히 '아름다움을 탐한' 저자는 눈의 근육을 단련했습니다. 배움의 여정에서 날카롭게 벼려진 감각이 빚어낸 우아한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 마르그리트 뒤라스 『평온한 삶』 (2023, 아르테)

출판사 아르테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평온한 삶』은 그중 하나로 뒤라스의 초기 대표작이지요. 책은 스물여섯 살의 '프랑신'이 느낀 권태를 둘러싼 자기성찰 과정을 담았습니다. 끝내 사라지지 않는 권태 속에서 화자가 깨달은 '평온한 삶'은 과연 무엇일까요.

📗 이은규 『무해한 복숭아』 (2023, 아침달)

시집 『다정한 호칭』을 읽으며 시인의 다정하고 애틋한 감성에 매혹됐습니다. 이번에는 특유의 따스한 감성에 봄기운 한 스푼을 두른 듯합니다. 그는 편지라는 가장 내밀한 방식으로 언어를 교류하며 기억을 보존합니다. 거기에 무해하고 다정한 사물들을 등장시켜 꽃처럼 아름다운 서사를 그려내지요. 끝없이 피고 지는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길 바라면서요.

📗 김중미 『느티나무 수호대』 (2023, 돌베게)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20년, 김중미 작가가 새로운 이웃들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마을의 오래된 느티나무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있다는 판타지적 상상력을 펼쳐, 새로운 이웃인 이주민 가족들의 삶을 그려내지요. "여전히 아이들의 힘을 믿는다"는 작가의 신념은 숲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아이들의 희망찬 몸짓에서 드러납니다. 살기에 바빠 잊어버린 함께 나누는 기쁨을 다시 일깨워보면 어떨까요.

📗 제시카 아우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2023, 엘리)

일본을 여행하며 서로에게 가닿으려는 엄마와 딸의 마음을 다룬 소설입니다. 여행 끝에 딸은 "모든 걸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저 보고 보듬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삶의 일부를 공유했지만, 결코 같을 수 없는 개별적 존재이니까요. 같은 여자로서 느낀 연민과 과거에 대한 상처가 뒤엉킨 모녀 관계. 저도 엄마를 생각하며 읽어보려 합니다.

📗 임승수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2023, 낮은산)

"피아노에 빠져본 적이 있다면, 혹은 지금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고뇌와 희열과 성취감에 수도 없이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이 한 문장에 책을 읽어야 할 모든 이유가 들어 있습니다. 한때 피아노가 인생 전반을 휘감았던 적이 있어요. 매일 같이 '좋아서' 건반 앞에 앉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요. 피아노를 향한 저자의 진심에 제 경험을 포개보고 싶네요.

*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