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호. 귀를 기울이면

2023. 9. 4.

📚 22호. 귀를 기울이면

자기 전, 열어둔 창문 사이로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햇살이 들어오자 이른 새벽에 깨기 시작했습니다. 출근도 먼발치에 있는 아득한 시간을 보내려 머리맡의 책을 하나씩 독파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달엔 꽤 많은 책을 읽었죠. 책만큼 음악도 많이 들었어요. 출퇴근길 버스와 짧은 점심 산책의 필수품은 이어폰입니다. 최애곡을 들으면 고단한 현실에서 잠시 멀어질 수 있으니까요.

음악은 제게 활력소에요. 웅웅거리는 앰프 소리, 환호하는 관객들, 떼창하며 풀리는 스트레스는 공연장을 찾는 이유입니다.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생기의 소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 𝙱𝚘𝚘𝚔 𝙲𝚊𝚕𝚎𝚗𝚍𝚊𝚛

이달의 독서달력

2023년 8월 5주~9월 1주차 독서달력입니다. 나를 비우고 채우는 고른 행복 『자기만의 공간』(2020, 허밍버드), 찬란한 청춘의 목소리가 들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2023, 문학동네), 자연스럽게 그려진 인생 그래프 『점을 찍다 선을 그리다 길이 된다』(2022, 독립출판), 불안해서 버린 목록들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2020, 웨일북), 꿈꾸는 공부생활자의 기록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2022, 더퀘스트), 나를 돌보는 루틴 찾기 툴킷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2021, 휴머니스트), 책과 인생에 대한 익숙한 여덟 가지 질문 『삶을 바꾸는 책 읽기』(2012, 민음사), 짧아서 아쉬운 점심 시간 이야기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2022, 한겨레출판), 가장 작고 쉬운 여행, 음악 『오늘도 리추얼: 음악,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2021, 위즈덤하우스), 수집으로 만든 아름다운 나의 기록 『작은 수집, 스몰컬렉팅』(2023, 휴머니스트), 여름마다 쌓은 가족의 추억 『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2023, 개미북스) 까지 총 11권을 완독했습니다.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𝚂𝚝𝚛𝚊𝚢 𝚝𝚑𝚘𝚞𝚐𝚑𝚝𝚜

쉼표와 따옴표

2023 하현상 1st Concert Tour 'Time and Trace'

15호 <나를 바꾸는 사랑> 편에 언급했듯 공연 보는 걸 좋아합니다. 7월에 번아웃으로 허덕였을 때, 동아줄로 붙잡은 건 다름 아닌 싱어송라이터 하현상의 콘서트에요. 8월 첫 서울 콘서트와 9월 마지막 고양 콘서트를 다녀오며, 삶의 동력을 채워주는 건 역시 현장에 있다는 걸 몸소 깨달았죠.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저는 2019년에 방영된 JTBC <슈퍼밴드>의 초대 우승팀 '호피폴라'란 밴드의 팬이에요. 하현상은 이 밴드의 보컬로 앳된 외모와 맑은 미성이 매력적인 친구예요. 저는 미성인 보컬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 친구는 취향 범벅의 완성형을 보는 듯했어요.

서울 첫콘, 고양 막콘 슬로건 이벤트

콘서트는 4월에 발매된 첫 정규앨범 <Time and Trace>를 주 셋리스트로, 지난 음악 서사를 톺아보는 형태로 구성됐어요. 아티스트의 성격처럼 잔잔하고 고요히 진행될 거란 예상을 불식시키듯 촘촘한 기획과 화려한 연출로 뭉클한 성장소설 한편을 써 내려갔죠.

일렉기타를 메고 리프트에 서서 폭죽과 함께 내려온 뒤, 시작된 불꽃놀이는 너울처럼 마음을 요동쳤어요. 폭발적인 성량과 곧은 목소리로 '저물어 가는 태양이 어딘가'를 내뱉는 순간, 입을 떡 벌린 채 두 손을 꽉잡고 그저 집중할 수밖에 없었죠. 첫 콘서트는 붉은 태양이 마지막 힘을 내뿜는 모습이었다면, 마지막 콘서트는 노을빛에 뭉클해지는 감정이 느껴졌어요.

그 밖에도 모두에게 의미 있는 곡인 With You와 정규앨범 최애곡 Laputa, 드럼 사운드가 매력적인 하이웨이, 떼창으로 함께 부른 데려가 줘, 어떤 이의 편지, 몰입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파도가 기억에 남아요.

고양 콘서트가 끝나고

보통 콘서트를 하면 아티스트가 환복하는 사이, 영상을 틀어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현상의 콘서트는 달랐어요. 세션들이 Close를 연주하며 공연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해주고, 곧바로 시간과 흔적으로 2부 시작을 알렸죠. 곡 배치가 기가 막혀서 스포일러 하나 없는 첫 콘서트 때는 연출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니까요.

영상도 허투루 쓰지 않았어요. 곡마다 알맞은 스토리가, 특히 Laputa는 미야자기 하야오의 영화를 보는듯해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어요. 공연마다 편곡은 물론 영상 연출도 조금씩 달라져서 보는 재미, 듣는 재미가 쏠쏠했죠.

수천 명의 관객 중 하나로 소임을 다하고 퇴장하는 길, 전광판에 비친 <Time and Trace>가 유독 먹먹하게 다가왔어요.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하며 누군가의 눈부신 순간을 빛낼 수 있어 뭉클했고요. 나의 시간과 흔적도 번아웃에 녹지 않게 잘 가꿔야겠어요. 불꽃놀이의 가사처럼 '아쉬운 것투성이지만 아름다운 건 끝이 있'으니까요.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 𝙱𝚘𝚘𝚔 𝚌𝚘𝚖𝚖𝚎𝚗𝚝

이주의 독서리뷰

정혜윤 『오늘도 리추얼: 음악,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 (2021, 위즈덤하우스)

출장 비행기에 오른 아침, 『오늘도 리추얼』을 펼친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코앞으로 다가온 콘서트를 기대하며 읽기에 안성맞춤이었거든요. 아마 전 세계 사람들의 취미일 음악은 당연한 리추얼이려나요.

정혜윤은 나라는 사람의 음악 연표를 되짚습니다. 현재의 취향을 추적하며 과거를 쭉 돌이켜보니 음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전부터 내 가까이에 있었다(p.75)고 회상하죠. H.O.T에 열광하던 소녀는 열과 성을 다해 음악을 사랑하다 융플리란 리추얼로 마음을 정착합니다. 어린 날들의 내가 느껴지는 날이면 노래 하나로 괜히 울컥할 때도 있다(p. 73)며, 나의 과거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음악에 애착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p. 73) 말하지요.

현재의 취향은 과거의 청취가 있었기에 견고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와 비슷한 경로를 거쳐 밴드 음악이란 선호 장르가 생긴 전, 이어폰을 꽂을 때마다 쉽게 행복해져요. 무언가에 빠져들고, 내 안에 연결되는 지점이 많아질수록 인생에서 놀랍고 즐거운 순간 또한 늘어나요(p. 66).

피아노 콩쿠르 무대의 긴장감, 당당하게 불던 리코더 수행평가, 중학생 때 받은 음악 과목 학력 우수상, 좋아하는 가수의 수상과 멋진 무대들은 기억 곳곳에 남아 이따금 저를 기쁘게 합니다. 요즘에는 공연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화려한 조명과 악기들의 화음, 가수의 청아한 음색은 현재를 살아가는 추억을 선물해요.

정혜윤은 리추얼을 반복적으로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시간이라 정의합니다. 음악은 그에 걸맞은 확실한 리추얼이에요. 이어폰과 재생 버튼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음악은 어디에든 있으니까요. 귀를 기울여 자신에게 아름다움을 주세요. 우린 그걸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토토가, 숨듣명을 보면 한 시절을 소환하는 음악이 있단 걸 느낍니다. 오빠를 연호하던 풋사랑의 기억, 아름다운 목소리에 감동한 순간, 인생의 위기를 넘기게 해준 가사. 음악은 작지만 강한 힘을 가졌죠.

음악이 무엇인지 알게 된 그때부터 기억을 되짚으며 저를 스쳐 간 곡들을 골라봤어요. 여러분의 한 시절을 풍미한 음악은 무엇인가요?

🎵 마니의 인생 플리 듣기

📚 𝙻𝚒𝚋𝚛𝚊𝚛𝚢 𝙲𝚊𝚛𝚍

대출 희망합니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알라딘

9월 1주 차에 신청한 희망도서는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마주』, 『읽기의 의미』, 『낮은 해상도로부터』, 『사랑을 담아』 입니다.

📗 김달님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2023, 창비)

아주 특별한 가족 서사로 사랑받은 달님의 세 번째 에세이에요. 작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잃고 상실과 애도의 시간을 겪으며 그들이 전해준 사랑이란 유산을 깨닫습니다. 그들이 남긴 건 가장 완전한 형태의 사랑이었어요. 덕분에 달님은 인생의 '다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죠. 그가 전할 메시지에 가슴이 벌써 먹먹해지네요.

📗 최은미 『마주』 (2023, 창비)

코로나 시절,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들을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확진자 동선이 하나하나 공유되던 시기, 주인공 '나리'의 친구 '수미'의 이동 경로가 공개되며 '나리공방'이 주목받게 되죠. 안전을 위해 인물들은 단절되고 타인을 소외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뜨겁게 엉키고 무너져요. 소설은 묻습니다. 내 안위를 위해 타인을 고립시키진 않았는지요. 마음 한구석이 뜨금해집니다.

📗 임주혜 『읽기의 의미』 (2023, 행복우물)

저자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삶의 형태를 다룹니다. 폭넓고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건져 올린 진지한 고민과 사유는 언제나 나를 붙잡아주는 건 결국 또 다른 이야기라 하죠. 커피 한 잔, 책 한 권, 빈 노트와 볼펜 한 자루. 네 가지 도구와 함께 문장의 길을 따라 내 생각을 적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서이제 『낮은 해상도로부터』 (2023, 문학동네)

서이제는 전기(electronic)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내면, 기억, 애정을 선명하게 재현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인터넷의 화면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텍스트에서 파편적으로 편집된 문단들까지. 과감하게, 때로는 무습하게 전통적인 소설의 틀을 파괴하죠. 인터넷과 미디어, SNS 등의 디지털 매체를 중심으로 현시대에서 타인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됐을까요.

📗 에이미 블룸 『사랑을 담아』 (2023, 문학동네)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스스로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린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 함께 울고 웃으며 이별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사랑 가득한 이야기는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울렸죠.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인간으로서 삶을 더 잃어가기 전, 죽음을 선택한다고 결심한다면 여러분은 지지할 수 있나요?

*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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