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호. 나를 위한 정리 모음집

2023. 9. 24.

📚 23호. 나를 위한 정리 모음집

매거진 <AROUND> 뉴스레터 39호 '한바탕 소란을 잠재우며(23.08.31.)'의 편집자 레터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치솟는 충동 대신 '청소'라는 처방을 내려주세요. 청소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여백이 생기도록 정리하는 거예요."

머문 자리는 나의 정신상태를 반영한다는 말을 믿습니다. 그래서 서류더미로 좁아터진 책상을 정리하고, 두서없이 쌓인 책들을 걷어낸 후, 물기를 꽉 짠 걸레로 먼지를 닦았어요.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정리하며 몰랐던 나를 알아갔습니다. 여러분의 주변은 어떤가요? 빈틈없이 무언가가 가득하다면 이참에 비워내 보세요.

📅 𝙱𝚘𝚘𝚔 𝙲𝚊𝚕𝚎𝚗𝚍𝚊𝚛

이달의 독서달력

2023년 9월 3주차 독서달력입니다. 유영하는 마음을 따라가는 미행(美行) 『공룡의 이동 경로』(2023, 스위밍꿀), 나를 대접하는 세 가지 방법 『요가 숲 차』(2023, 위즈덤하우스), 올바른 브랜딩을 위한 실전 시나리오 『내 생각과 관점을 수익화하는 퍼스널 브랜딩』(2022, 초록비책공방), 동네책방 땡스북스의 10년 치 업무일지 『고마워 책방』(2021, 유유), 블로그를 향한 진솔한 고백 『블로그 하는 마음』(2022, 푸른향기), 번아웃에 지지 말라는 우정 편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2023, 문학동네), 초보 정리인의 우당탕 정리 정돈 기록 『아무튼, 정리』(2023, 위고), 초보작가를 위한 자전적 에세이 쓰기 노하우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2022, 돌베게), 나를 살게 한 뒷모습의 뭉클한 인상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2019, 수오서재), 미니멀리스트 '단순한 진심'의 소소익선 에세이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2022, 위즈덤하우스) 까지 총 10권을 완독했습니다.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𝚂𝚝𝚛𝚊𝚢 𝚝𝚑𝚘𝚞𝚐𝚑𝚝𝚜

쉼표와 따옴표

워니님이 챙겨오신 마음 카드

제우파란 '일과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제우파에선 '자소'라는 자율 소모임을 개설할 수 있는데요. 9월에는 멤버 워니님이 개최한 <쉼을 통해 들여다보는 내 마음 이야기>에 참석했어요. 첫 만남에 너무 암울한 이야기를 잔뜩 하는 건 아닐까, 말로만 들던 에너지 뱀파이어가 내가 되진 않을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참여한 자소는 그간의 걱정이 쓸데없었다고 말해줬어요.

처음엔 참여를 망설였어요. 낯도 많이 가리는데 혼자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부담이 됐거든요. 하지만 워니님은 마음 카드부터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까지 듬뿍 챙겨와 우려를 잠재웠어요. 덕분에 2시간 동안 많은 인사이트와 아하 포인트를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질문은 "행복에서 인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였어요. 제가 뽑은 감정 카드 질문이었는데, 말문이 막히더군요. 저는 작은 행복을 수시로 느끼고 그것이 제 장점이라 여겨왔지만, 최근엔 그게 위선이 아닐까 혼란스러웠거든요. 특히 일에서 필요 이상의 책임감을 발휘하려 들 때마다 내 인정은 '버림받지 않기 위한 것'이란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타인의 인정이 행복과 직결된다는 슬픈 증거이니까요.

워니님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일 수 있다며, 자기 경험을 들려줬어요.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죠. 생각해 보니 인정에는 두 가지 뜻이 있었습니다. 타인에게 바라는 마음과 내가 수용하는 마음. 일순간 머리가 맑아졌어요.

이어서 산책하고 사진을 찍으며, 내가 찍은 사진에 제목을 붙여보는 활동을 했어요. 찍은 사진을 각자의 관점에서 재해석 할 땐, "오호~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신기했습니다. 역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시야를 넓혀주더군요.

산책을 마치고 벤치에 앉아 본 주제인 '진짜 쉼'에 관한 대화를 나눴어요. 둘 다 걷기를 쉼으로 여기고, 걸으며 경험하는 무념무상의 상태를 진짜 쉼으로 느낀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죠. 그 밖에도 트라우마, 삶의 태도 등 나를 둘러싼 키워드 전반을 톺아보며 '덜 열심히 살아도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진정한 쉼은 마음에 걸리는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마음 거름망이 가득 찬 저는 아직 자기 챙김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누가 뭐라든 내가 옳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연습해야겠어요. 더욱 당당할 수 있게요.

제우파(JWP, Jeju Woman Power)는 '제주에서 더욱 건강하고 똑똑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들의 성장과 연대를 돕는 커뮤니티'입니다!

건강하고 똑똑하게,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모임으로 일과 삶에 대한 인사이트는 물론 매월 네트워킹 프로그램으로 감동을 주고 있어요. 저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서 제주에 사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 <제우파>가 궁금하다면?

* 출처: 제우파 인스타그램(@jejuwomanpower)

💬 𝙱𝚘𝚘𝚔 𝚌𝚘𝚖𝚖𝚎𝚗𝚝

이주의 독서리뷰

류하윤, 최현우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2022, 위즈덤하우스)

벌써 세 번째 읽는 책입니다. 이쯤이면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를 소개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슴슴한 매력에 자꾸 손이 가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 단순한 진심의 소소익선 에세이'란 부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제 속도에 확신을 갖는 청년들의 여정'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두 저자는 서울이란 빠른 생활권을 벗어나 동해의 잔잔한 마을에 정착합니다. 세상의 속도에 내 속도를 맞추는 게 버거웠던 하윤은 현우의 권유로 함께 여행을 떠나게 돼요. 이를 기점으로 둘은 경험이 기준이 되는 삶을 꾸려가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와 '텅 빈 시간뿐인 세계'에 진입하지요.

둘은 싫어하는 일을 아예 제거하는 방법으로 좋아하는 일과 마음을 지켜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아도 삶은 살아졌어요. 가능성을 본 두 사람은 조금 모험을 감행합니다. 세간살이를 비우고 8평 원룸에 들어간 거죠.

자취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한 사람만 사는 원룸에서도 무수한 짐과 쓰레기가 쏟아져요. 그래서일까 위 선택이 과감하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직접 부딪히는 삶을 선택한 이들답게 8평 원룸의 생활은 더욱 가뿐한 삶을 선물했죠.

그렇게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원하는 걸 하나하나 이루며 살아갈 때,

비로소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길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사람들이 자주 오간 곳이 흔적이 남아 길이 되는 것이죠. 내가 얼마나 이고지며 살아가는지, 방안을 샅샅이 둘러봤어요. 읽지도 않은 책, 보지도 않는 서류, 쓰지 않는 공책과 다이어리가 눈에 띄더군요. 출퇴근에 떠밀려 돌보지 못한 나의 작은 공간이 무너져 가는 걸 실감했습니다.

두 저자가 겪은 여정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요. 세상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답은 각자의 몫이지만 저자들의 이야기는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일깨워 줍니다.

세상의 속도가 아닌 내 속도대로 살아갈 때 마음이 평안하다.

그럴 때,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오랜만난 지인에게 얼굴이 환해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황은 좋지 않은데 얼굴은 좋다니, 모순은 의심을 불러왔어요. 엄마께도 여쭈니 '좋아졌다'며 같은 말을 들었죠. 그제야 거울로 내 얼굴을 들여다봤습니다. 흔한 뾰루지 하나 없이 깨끗했죠. 돌이켜보면 그동안 잘 자고, 알람 없이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청소했습니다. 사이사이 지킨 나만의 루틴 덕에 고난을 버티고 있단 걸 깨달았어요.

과거 기억이든, 현재 기억이든, 모든 기억의 책임은 지금의 나에게 있습니다. 타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무던히 애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흐트러지고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하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의 얼굴을 지켜내고 싶어요. 옅은 피곤함이 차오를 정도만, 너무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요.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여전히 인기인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쉼과 정리에 딱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영주'는 번아웃이 온 인물로, 휴남동 서점을 운영하며 조금씩 기운을 되찾아 가죠.

세상과 멀어지는 느낌, 사람들과 섞이지 못한다는 슬픔. 그것이 저릿하게 다가오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주의 독백마다 참 많이도 밑줄을 그었어요.

영주가 받아들여지는 공간을 만들어서 좋았습니다. 휴남동 서점을 씩씩하게 운영할, 레터를 읽는 모든 영주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추천합니다.

🏡<휴남동 서점> 방문하기

* 출처: 교보문고

📚 𝙻𝚒𝚋𝚛𝚊𝚛𝚢 𝙲𝚊𝚛𝚍

대출 희망합니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9월 3주 차에 신청한 희망도서는 『잠이 오나요』,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힘과 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상황과 이야기』 입니다.

📗 이유리 『잠이 오나요』 (2023, 위즈덤하우스)

불면증을 낫기 위해 베개를 구입한 화자가 베개에서 목소리를 들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저 역시 불면증을 앓는 중이라 관심이 간 작품인데요. 작가는 "오지 않는 잠을 쫓아 베개에 머리를 부비고 있으면 그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아 소설을 썼다고 해요. 미움과 두려움이 만들어 낸 불면의 밤에 재치 있는 상상력 더한 끝엔 좋은 꿈을 불러올 자장가가 들려올까요.

📗 안톤 허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2023, 어크로스)

정보라 『저주토끼』,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을 부커상 후보에 동시에 올린 주인공, 번역가 ’안톤 허’의 첫 에세이집입니다. 늦은 나이에 문학 공부를 시작하여 한국문학 번역가로 데뷔하고, 부커상의 성과를 달성하기까지 과정을 담았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저자의 일과 삶의 이야기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서 독자를 응원해요. 신비로운 문학 뒤편의 이야기, 문학덕후로서 무척 기대됩니다.

📗 백영옥 『힘과 쉼』 (2023, 김영사)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백영옥의 첫 인문서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법에서 죄책감 없이 쉬는 법까지 삶을 유연하게 만드는 생활 철학이 담겼죠. 일상력을 회복하는 열두 가지 키워드는 내일을 향해 발돋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제대로 쉬지 못하는 우리에게 적합한 책이 아닐까요.

📗 제니 오델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2023, 필로우)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저라고 다르진 않은데요. 인터넷에 빼앗긴 관심의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해요. 제니 오델은 우리 곁의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들, 공공장소, 자연환경의 위에서 새로운 관심의 지도를 그릴 것을 제안합니다. 내 세계를 핸드폰에 가두지 않으려면 그녀가 제안하는 마음 챙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비비언 고닉 『상황과 이야기』 (2023, 마농지)

자기 서사의 거장, 비비언 고닉의 ‘자전적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통찰을 담은 책입니다. 고닉이 생각하는 핵심은 진실한 서술자(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하며, ‘상황’에서 ‘이야기’를 떼어내야 한단 거예요. 독자와 함께 묻고 답을 찾으며 이 책은 자전적 글쓰기 안내서, 자기 서사의 본질을 조명하는 해설서, 우아하고 예리한 문학비평 에세이를 오갑니다. 글쓰기의 입문자라면 고닉의 이야기를 참고해 보세요.

*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