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호. 다정함이 우릴 구할 거야

2023. 12. 10.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사서 마니' 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늦은 안부를 전합니다. 휴재한다는 소식도 없이 대뜸 쉬어버려 당황하셨죠. 1주년 이벤트도 준비하고, 좋아하는 신간 소식도 계속 업데이트 중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일에 치여 여력이 되질 않았어요. 이 얘기는 차차 풀어보겠습니다.

<마니브러리>를 발행하지 못하는 동안, 이곳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란 걸 다시 깨달았어요. 그래도 예고 없이 쉬어버려 '구독자분들이 떠나면 어쩌나,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하며 스티비를 열었는데, 놀랍게도 한 분도 취소하지 않으셨더라고요.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정한 마음에 고단한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12월은 부치지 못한 편지를 보내기 위해 매주 여러분을 찾을 거예요. 남은 연말 <마니브러리>와 함께 즐겁게 보내 보아요❤️

📅 𝙱𝚘𝚘𝚔 𝙲𝚊𝚕𝚎𝚗𝚍𝚊𝚛

이전 달의 독서달력

2023년 10월 3~5주차 독서달력입니다. 매일 쓰는 사람의 일기작법 『일기 쓰는 법』(2021, 유유), 책으로 여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 『책으로 비즈니스』(2023, 유유), 퇴사를 꿈꾸는 미생의 이야기 『회사가 싫어서』(2017, 시공사), 내 인생을 바꾸는 작은 기적 '독서' 『독서의 기록』(2023, 퍼블리온), 산책과 커피와 책 한 권의 행복 『사소한 기쁨』(2022, 현암사), 힘을 쥐고 빼는 연습 『힘과 쉼』(2023, 김영사), 라이프스타일 워커에게 알려주는 브랜딩 전략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2023, 책사람집), 단정한 하루를 그리는 자기계발 『자기계발의 말들』(2023, 유유) 까지 총 8권을 완독했습니다.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𝚂𝚝𝚛𝚊𝚢 𝚝𝚑𝚘𝚞𝚐𝚑𝚝𝚜

쉼표와 따옴표

첫 번째 둥지 <카페 단단>에서 즐겨마신 바닐라 오트라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을 비롯한 숱한 괴롭힘을 당했고, 잇따른 충격에 <마니브러리>를 발행할 꿈도 꾸지 못했어요. 평범한 일상은 바랄 수도 없었죠. 화를 내고, 소리치고, 묵묵히 참아도 봤지만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는 건 요원했어요.

괴로움에 지쳐 잠을 많이 잤어요. 때론 울음이 멈추지 않아 공황 발작으로 숨을 쉬지 못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죠. 이런 속사정을 털어놓기엔 지나치게 사적이라 펜을 들었다 놨습니다. 누군가의 험담과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낼 게 뻔한 데, 그걸 누가 반기겠냐. 그래서 예고 없이 오래 쉬어버렸어요.

다시 쓰기 시작한 건, 다정함 때문입니다. 숨통이 트이는 유일한 시간, 점심시간마다 따가운 눈초리를 피해 근처 작은 카페 2곳에 둥지를 틀었어요. 때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기도 일기를 쓰기도 했지만, 짧은 시간 탓에 음료를 테이크아웃만 하고 돌아왔던 적이 더 많았죠. 신기한 건, 수많은 손님 중 나를 기억하는 이가 있단 사실입니다.

두 번째 둥지 <지나가다, 봄>에서 나눠주신 스티커들

매번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게 신기했는지 사장님들은 저를 보자마자 "오트라테에 바닐라시럽 추가시죠?", "아이스 바닐라라테죠?" 라며 말을 건넸습니다. 문을 나설 땐,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는 힘찬 응원을 아끼지 않았죠. 저는 같은 말이 듣고 싶어 계속 카페를 찾았어요.

피해자, 직장인, 담당자, 생존자, 가해자. 어떤 수식어도 없이 있는 그대로, 취향을 먼저 파악해 전하는 마음은 따뜻했기 때문에 그저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는 손님, 조용히 앉아 무언가를 쓰던 손님,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손님. 그런 평범함이 소중했고 특별했어요. 그건 여유를 주었죠.

그 뒤로 저도 돌려줄 수 있게 됐어요. 웃음으로 화답하며,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요. 말의 마법이 오래가지 못한대도 하루 24시간 중 1시간은 뭉근하게 행복했으니까. 그들이 내준 달달한 커피 덕분에 힘겨운 오후도 힘내어 버틸 수 있었으니까.

💬 𝙱𝚘𝚘𝚔 𝚌𝚘𝚖𝚖𝚎𝚗𝚝

이주의 독서리뷰

김진아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2019, 바다출판사)

당신과 내가 바뀌길 선택하면, 나는 어느 때보다 낙관적이다. (p. 9)

전보다 나아진 세상이라 믿었습니다. 묻지마 폭행,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도 당사자가 '나는 아니니까' 안전에 대해 무감각했지요. 당해보고 나서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엔 라인이 존재하고, 그 라인의 꼭대기엔 남성이 차지하고 있단 것을. '그 라인(He's line)'에서 멀어지면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해주었던 일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김진아는 유리천장이 공고한 광고업계에서 일했던 크리에이터입니다. 여성 프리랜서로 40대에 접어들며 일감이 끊겼던 경험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분투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죠. 출간 후, 몇 차례나 재독했지만, 실감 나게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특히 '사표를 낸 게 아니라 사표를 당한 것'이란 표현이 얼얼했습니다. 내가 선택했다고 모든 게 주체적인 건 아니었어요. 몰린 상황 속에 제출한 사표는 타살이나 다름없었죠.

고분고분하지 않은 여자, 할 말을 하는 여자, 나아가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 같은 여자에게 남자들은 자리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p. 41) 그 상황에서 나를, 내 존엄을 구하자는 조급함만 앞선 많은 여성들이 외롭게 사표를 낼 것입니다. 사표를 당하는지도 모른 채. (p.42)

저자는 가부장제의 탈을 쓴 무의식적 차별에 맞서 불매운동을 펼칩니다.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1인 가구이자 스스로 가장이 되고, 내 욕망이 남성을 선망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인지 끊임없이 검열하며 모순을 깨닫죠. 그는 강조해요. "자의식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일(p. 147)" 이라고.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고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p. 137) 먼 걸음 하는 여성이 줄어들길 바랍니다. 여성도 야성의 늑대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파이를 얻기 위해, 치열한 파이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도록 저 역시 도망치지 않고 내 권리와 존엄, 욕망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울 거예요. 내게 상처입힌 이에게 통쾌한 펀치를 날릴 겁니다. 내 건강과 안위를 지키면서.

마케터 정혜윤이 들려주는 '갑자기 마주한 불행에 무너진 나를 일으키는 4가지 방법'이란 영상입니다.

'에너지가 무너지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약한 면을 드러내는 게 강한 것이다', '피해자 모드에 가두지 말자'는 말이 유독 와닿았어요.

🔥 에너지 극복법이 궁금하다면?

* 출처: 알로하융

📚 𝙻𝚒𝚋𝚛𝚊𝚛𝚢 𝙲𝚊𝚛𝚍

대출 희망합니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12월에는 희망도서 대신 <마니브러리>에 입고된 도서를 소개하려 해요. 사서 마니가 주문한 도서는 『겨울의 언어』, 『에디토리얼 씽킹』,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컨셉진 106호: 당신은 회고를 하고 있나요?》입니다.

📗 김겨울 『겨울의 언어』 (2023, 웅진지식하우스)

어떤 대상을 주제로 쓰던 김겨울이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산문집입니다. 추운 겨울, 집에 은둔하며 읽고 싶은 편들이 가득 담겨 있어요. "읽고 쓰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는 그의 내밀한 애호와 사색은 묵묵히 봄을 기다리는 나무처럼 단단합니다. 한 사람의 일관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의 궤적을 보는 일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 최혜진 『에디토리얼 씽킹』 (2023, 터틀넥프레스)

알라딘 펀딩이 시작되자마자 참여해서 받은 책입니다. 20년 차 에디터 최혜진이 말하는 '편집(edit)' 능력은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저는 정체성을 '에디터'로 정의하지만, 정작 '에디팅을 발휘할 일'을 하고 있지 않아 아주 불안하고 답답한데요. 저자가 확장한 에디터의 세계를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고 싶네요.

📗 문보영 외 3인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2023, 아침달)

엉뚱한 환상을 아무렇지 않게 풀어내는 문보영, 직업인의 우울과 고통을 말하는 이소호, 보통 사람으로 시적 순간을 포착하는 오은, 지난 시절과 마음에 깃든 장면을 그리는 황인찬. 네 시인은 시와 산문을 통해 생활 풍경을 새로이 바라보게 해요. 가벼운 여정에 이 책을 동행자로 초대하는 건 어떨까요.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알게 될 거예요.

📗 문학동네 시인선 001~199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2023, 문학동네)

문학동네시인선이 200호를 맞아 펴낸 한정판 도서입니다. 시인선 001~199 시집의 '시인의 말'만을 묶은 책이에요. '시인의 말'은 시집의 맨 앞, 맨 뒤에 쓰이는 글로 독자와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메마른 심장을 뒤흔드는 언어의 마법을 느끼고 싶어 10월 어느 여행길에 구매했던 책이 여러분의 마음도 관통하길 바랍니다.

📗 미션캠프 편집부 《컨셉진 106호: 당신은 회고를 하고 있나요?》 (2023, 미션캠프)

연말이면 회고, 결산으로 바쁘지요. 독자의 마음을 읽은 듯, 컨셉진이 '회고'를 주제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어요. 회고하는 시간, 회고와 친해지기, 회고 리포트 등 올해 우리가 나다움에 진실했는지 묻는 페이지가 가득하죠. 회고는 내가 어떤 키워드에 천착했는지 보여줍니다. 빈 종이를 펴고 1월부터 12월까지 숫자를 적어보세요. 달마다 나를 웃고 울린 사건은 무엇인가요.

*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