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호. 보고 싶은 날엔

2023. 12. 31.

📚 28호. 보고 싶은 날엔

“HAPPY NEW YEAR!”이란 인사가 잘 어울리는 연말입니다. 곳곳에 세워진 트리와 들려오는 캐럴 메들리가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걸 실감케 해요. 저는 무한 야근을 벗어나 오늘 12월 31일, 퇴사했습니다🎉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쉬어봤어요. 친구들과 함께 연말정산도 하고, 번개로 만나 넋두리도 늘어놓으니 사람에게 사람이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걸 몸소 깨달았죠.

새해가 오기 직전, 머뭇거리던 마음을 전하는 건 어떨까요? HAPPY NEW YEAR만큼 건네기 쉬운 인사는 없을 테니까요😊

📅 𝙱𝚘𝚘𝚔 𝙲𝚊𝚕𝚎𝚗𝚍𝚊𝚛

이달의 독서달력

2023년 12월 1~5주차 독서달력입니다. 김겨울의 모든 것 『겨울의 언어』(2023, 웅진지식하우스), 자기 몫을 되찾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2019, 바다출판사), 깊고 고요한 겨울 작은 집에서의 단상 『겨울의 작은 집』(2023, 인디펍), 세계 최정상에 오른 '타이탄'의 생각과 습관 『타이탄의 도구들』(2022, 토네이도),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에게 바치는 헌사 『겨울을 지나가다』(2023, 작가정신), 여러 우물을 파는 재미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2020, 휴머니스트), 시인들의 4인4색 시와 산문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2023, 아침달), 실패 속에서도 보이는 작은 빛 『작은 빛을 따라서』(2023, 자이언트북스), 당신도 한 번쯤은 겪었을 이야기 『어쩌면 이건 너의 내일』(2023, 인디펍), 온 마음을 다해서 좋아하는 법 『보고 싶은 사람들 모두 보고 살았으면』(2019, 달), 부지런히 나를 채우는 독서 『읽는 생활』(2022, 위즈덤하우스), 돈과 일 사이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돈과 나와 일』(2023, 얼론북), 삶이 초대할 때는 응답하라 『아임 인』(2021, 북스톤), 회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컨셉진 106호: 당신은 회고를 하고 있나요?》(2023, 미션캠프), 나와 세상을 잇는 뉴스레터 제작법 『크리에이터를 위한 뉴스레터 발행의 모든 것』(2022, 비전코리아), 에디터의 창조적 사고법 『에디토리얼 씽킹』(2023, 터틀넥프레스) 까지 총 16권을 완독했습니다.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𝚂𝚝𝚛𝚊𝚢 𝚝𝚑𝚘𝚞𝚐𝚑𝚝𝚜

쉼표와 따옴표

친구들과 함께 한 연말정산

12월이면 '나의 2N년 다이어리', '회고노트', '연말정산'과 같은 키워드가 인기입니다. 공통점은 한해를 갈무리한단 점이지요. 거의 매일 다이어리를 쓰는 저이지만, 올해를 00다, 라고 정의하기엔 너무 다사다난했어요. 얼른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고사를 지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막상 12월 31일을 맞이하니 모든 게 아쉽고 그립기만 합니다. 후회했던 선택들도 지나고 보니 나의 빛나는 면으로 자리했죠.

올해의 성취를 말하자면 '그래도 나는 잘 해내는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단 점입니다. 퇴사를 결심하고 지금까지 의구심이 들지 않은 건, 내면이 단단해진 덕분 같아요. 불안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마무리가 아닌 확실한 매듭으로 새해를 시작하려니 조금 설레는 마음도 있습니다.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사람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요. 이젠 전 직장 동료가 되어버린 분의 메시지엔 '인연이 되면 또 보겠지요'란 말이 있었습니다. 이 말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어요. 잃은 게 많은 해라고 생각했는데, 얻은 것도 충분했던 것이지요. 어째서 사람은 지나고 나서야 총명해지는 걸까요.

그러고 보면 성장은 멈추고 나서야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연연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유하는 감정은 어떤 건지 그제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어요. 종일 생각을 적으며 뒤축에 끈끈히 눌어붙은 과거란 녀석을 겨우 떼어냈지요.

내년에도 힘들고 버티기 어려운 날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때마다 이겨내어, 또 이런 가벼운 연말을 누리고 싶어요. 제 인생의 세 번째 장이 막 끝났습니다. 아직 무수한 장이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아주 잠시만, 끈끈할 과거에 묶여 있을게요. 헐거워질 날을 기다리면서요.

💬 𝙱𝚘𝚘𝚔 𝚌𝚘𝚖𝚖𝚎𝚗𝚝

이주의 독서리뷰

안대근 『보고 싶은 사람들 모두 보고 살았으면』 (2019, 달)

연말이면 그리운 사람이 있나요? 오래 떨어져 안부를 묻는 것조차 버거운 가족, 한때 가까웠지만 이젠 멀어진 친구, 기념일에만 축하 인사를 전하는 지인들... 헤아려 보면 우리 주변에는 무수한 인간 별자리가 빙그르르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궤적을 그렸지만, 외따로 떨어진, 그때를 생각하면 나이가 들며 좁아지는 인간관계를 한탄하게 되지요.

저자는 무조건 넘치게 주는 사람이 꼭 있다(p. 73)며,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에 하기 싫은 일들도 해내게 되는(p. 17) 다정한 마음을 단호하게 고합니다. 그에게 인간관계란 '서로를 해치지 않는 무해한 안전거리'이자 '적정속도' 같지요.

이유는 잘 몰라도 마음 쓰이는 사람이 한둘은 있지 않나요. 저는 선물을 주고받을 때, 어찌할 줄 몰라 합니다. 상대가 내게 10을 준다면 저 역시 공평한 10을, 마음의 빚이 있다면 20도 거뜬히 줘야 한다고 관계의 등가를 따지기 때문이에요. 물론 등가로 정할 수 없는 게 관계란 걸 압니다만, 호의를 그저 호의로만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 숙제입니다.

저자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조금이나마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바로 무장 해제되어 '생각해 준다'는 감격에 젖어버리지요. 김연수 작가가 추천사에 '맑고 순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그건 아마도 누군가의 관심이 주는 감격의 무게였던 것 같다.

다른 누군가가 나를 지켜봐 준다는 것. 나를 생각해 준다는 것.

(p. 101)

책에선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옵니다. 그들은 마냥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지요. 오해하고 화해하고 뭉클해하며 저자의 하루를 흔들어 놓습니다. 저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재지 않고, 내 위치와 너의 위치의 높낮이를 재지도 않고, 부러움 없이 떳떳하게 지름길을 얻지 않아도 언제나 튼튼한 사람(p. 133)이 되고 싶으니까요.

너를 작아지게 만들 정도로 우러러보는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너 역시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말.

그런 사람들이 곁에 머물고 싶은 사람이 나라는 것부터

스스로 인정하면 그게 최선의 시작이라는 말.

(p. 172)

여전히 저는 좋아하는 단면만 보고 쉬이 판단하고 때론 거리를 두는 무식한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미어캣처럼 예의주시하는 소심한 면모를 지녔지요. 그의 친구 태태의 말마따나 그들에게 인정받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보고 싶고 생각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나간 인연도 다시 보고 싶은 이가 있습니다.

어색하게 '잘 지내니?', '나도 잘 지내'라고 답신하는 모습을 떠올리자니 불현듯 영화 <윤희에게>의 마지막 장면이 겹칩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모두 보고 살면 연말로는 모자라겠지요. 그리운 이가 어디서든 씩씩하게 잘 지내길 바라며, 이번에 못다 한 말을 편지로 써볼까 합니다. 생일에 받은 과분한 축하가, 힘들 때 받은 뜨거운 위로가 여전히 마음 한편에서 활활 타고 있으니까요.

소설은 겨울이면 떠오르는 특별한 기억이 있는 인물들의 사랑과 이별, 노동과 상실을 그립니다. 거리 곳곳이 불빛으로 빛나는 연말연시의 반짝임은 내밀한 속마음을 비추는 배경이 되지요.

'우리에게 겨울이,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유는 바로 그렇게 무엇이,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이 진짜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라는 작가의 말처럼 소중하고 애틋함에 온기로 가득찼던 기억을 소환해보는 건 어떨까요.

🎄 『크리스마스 타일』 더보기

* 출처: 창비

📚 𝙻𝚒𝚋𝚛𝚊𝚛𝚢 𝙲𝚊𝚛𝚍

대출 희망합니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12월 <마니브러리>에 입고된 도서는 『듣기 좋은 말 하기 싫은 말』,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 『각각의 계절』,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선명한 사랑』입니다.

📗 임진아 『듣기 좋은 말 하기 싫은 말』 (2023, NUANCE)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덜 피곤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겠느냔 물음에 임진아는 예의와 배려, 존중에서 가능성을 찾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커다란 숲, 관계들의 핵심에 '말'이 자리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죠. 책의 제목이 "듣기 좋은 말 하기 싫은 말"이 된 이유도 그것이에요. 그동안 내뱉은 날카로운 말들이 괜히 찔립니다.

📗 김민희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 (2023, 달)

저자가 10년 동안 일본 게스트하우스를 오가며 알게 된 수많은 사람과 함께 또는 홀로 행한 기록입니다. 우연으로 다가와 인연으로 이어진 수많은 경험은 주저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응원으로 다가와요. 이곳은 느긋합니다. 매일 다니던 산책도 이곳에선 여행이 되지요. 서두르는 우리에게 한숨 돌리라고 말하는 듯해요.

📗 권여선 『각각의 계절』 (2023, 문학동네)

권여선은 이번 소설집에서 기억, 감정, 관계의 중핵으로 파고들며 한 시절을, 한 인물을 꼼꼼히 들여다봅니다. 우리가 왜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지 깊고 집요한 물음을 통해 우리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지요.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전환은 계절의 변화를 닮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 구분함으로써 다음 계절로 넘어갈 힘을 얻는 것처럼요. 새로운 계절에는 새로운 힘이 필요하니까요.

📗 패트릭 브랑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23, 웅진지식하우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저자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란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렸지요. 그의 내밀한 고백은 소란한 세상에 지쳐 완벽한 고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 고수리 『선명한 사랑』 (2023, 유유히)

삶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으로 유려한 글을 써내는 고수리의 신작 산문집입니다. 우리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건네준 이웃들의 마음, 그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다정한 응원을 넌지시 건네지요. 타인에게 애쓰는 마음은, 다시 돌아와 자신을 일으키고 다정한 힘이 되어 줍니다. 아름다운 순간에 울고 싶어지는 마음을 아는 분이라면 공감할 이야기 같아요.

*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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