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호. 좋아하는 마음이 울리면

2024. 1. 29.

📚 30호. 좋아하는 마음이 울리면

최근 현타가 세게 왔습니다. 퇴사한 지, 한달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공백기에 틈도 주기 싫어 무작정 봤던 면접이 화근이었죠. 답변은 곧잘 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갑자기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왜 일을 빨리 시작하려는지 거대한 물음표가 생겼죠.

목적을 잃은 일은 무섭습니다. 한 줌 모래성마저 파도에 휩쓸릴 것만 같으니까요. 불안은 마음에 적신호를 켜고 멈췄습니다. 그리고 난잡한 생각 속에서 건져 올린 해답은 좋아하는 마음이 울리는 대로, 되는대로 가보자는 겁니다. 불안하면 마주하렵니다. 용기 있게, 단단해지려고요.

📅 𝙱𝚘𝚘𝚔 𝙲𝚊𝚕𝚎𝚗𝚍𝚊𝚛

이달의 독서달력

2023년 1월 3주차 독서달력입니다. 작업자의 말들 『작업자의 사전』(2023, TINN), 게스트하우스에서 써내려간 가슴 따듯한 문장들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2023, 달), 노승이 전하는 무심하고 담대한 생의 기술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2023, 서사원), 책과 가까워지는 53편의 에세이집 『매일 읽겠습니다』(2021, 어떤책), 눈부시고 따스한 고수리표 사랑 『선명한 사랑』(2023, 유유히), 내 삶과 일의 방향을 확립해나가는 자기발견 갭이어 프로젝트 『어차피 일할 거라면 원하는 일 할게요』(2024, 미래의 창), 초보 글쓰기 작가를 위한 기획 창작 워크북 『에세이 만들기, 기획이 먼저다』(2021, 북샤인팩토), 불안한 당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신에게』(2019, 비로소), 헛딛고 패배해도 끝내 무언가를 만드는 직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2021, 마음산책), 나답게 널리 쓰기 위한 방법 『글쓰기의 쓸모』(2023, 북스톤), 상실과 애도 과정을 통해 본 사랑의 의미 『구의 증명』(2015, 은행나무), 취뽀 선배의 가장 현실적인 합격 노하우 『취준노트』(2024, 한빛아카데미),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기획자와 에디터 『뉴워커스 일의 경계를 밀어내는 사람들』(2023, 오피스제주)까지 총 13권을 완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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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𝚂𝚝𝚛𝚊𝚢 𝚝𝚑𝚘𝚞𝚐𝚑𝚝𝚜

쉼표와 따옴표

연초에 만난 귀엽고 든든한 문구

일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일의 말들(가제)』이란 글을 써보기 위함이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나는 그 누구보다 일을 하고 싶고 또 잘하고 싶은 사람인데 내 경력과 비전은 빈약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에요. 가진 것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입안 가득 물고 있듯, 저의 볼 속에도 일터의 말들이 한껏 부풀려져 있거든요.

‘나만의 일’이란 고정불변한 단 하나의 무엇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의 언어로 나의 일을 읽어주는 일’,

‘동사에 가까운 개념이 아닐까요’

(김해리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中)

제가 좋아하는 기획자 김해리의 저서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에서 아끼는 문장입니다. 직무 방향에 고민이 생길 때마다 교과서처럼 들춰보는 책이기도 하고요. 책 속엔 저처럼 꼬불꼬불 커리어를 쌓은 이가 '모든 일은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다' 말하고 있어요. 영하 18도, 폭설이 내리는 날 그를 만나러 인천까지 갔던 풋풋한 어릴 때의 추억도 있어서인지, 퇴사만 하면 들춰보게 되더라고요. 그 때문에 장마다 떄가 타고 해졌지만, 한숨만 내쉬게 되는 현실에 늦지 않았다고 계속 해보라고 응원을 해줍니다.

더는 그만두고 도망치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쓰고 모읍니다. 따라 적으면 조금은 나은 내가 된 것 같아서요. 저에겐 저 같은 사람이 내뱉은 말들이 필요했어요. 저연차, 잦은 이직, 프로 퇴사러. 울분을 참지 못하고 조직을 박차고 나와버린 이들. 진짜 내 옆에 있을만한 동료의 말이 시급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필요했어요. 몇십 광년이나 떨어진 별의 이야기가. 한 줌 빛이라도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합니다. 먼저 도달한 빛과 별이 되지 못한 우주 먼지의 이야기를. 그 행성이 은하수를 이루기까지 각자 자리에서 힘내길 바라며, 저의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아니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길 바라면서요.

💬 𝙱𝚘𝚘𝚔 𝚌𝚘𝚖𝚖𝚎𝚗𝚝

이주의 독서리뷰

앤가은 『어차피 일할 거라면 원하는 일 할게요』 (2024, 미래의 창)

"지금이 네 인생의 전환점이야"

"얘처럼 살까봐..."

퇴사 후, 2~3주 차 즈음 들은 말입니다. 일의 방향성에 무던하게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어요. 5년 뒤, 10년 뒤에도 불안정한 생활을 전전할 것인지, 그 직무가 정말 내게 맞는 일인지 혼란에 긴 우울의 시간을 보냈죠.

그때 『어차피 일할 거라면 원하는 일 할게요』(이하 어일원일) 을 만났어요. 『어일원일』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던 앤가은이 실컷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를 스스로 주기 위해 자발적 갭이어를 경험한 일을 담았어요. 방향성이 없어 헤매고 있는 많은 이들을 위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레퍼런스도 수록했어요.

저자가 5년 반이란 커리어를 갖고 있고, 그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자 내 자신이 초라해지기도 했지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면 일단 누워보자(p. 110)며, 모든 것은 풀충전이 우선이라 강조할 땐 고함량 비타민을 먹은 것처럼 힘을 얻기도 했죠. 그제야 알았어요. 내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건, 내 배터리가 덜 충전되어서란 걸.

그도 다르지 않았어요. 쉬면서 나를 알아가기 위해 갭이어를 가진 건데, 프리랜서로 많은 업무를 쳐내고 있거나, 가만히 있는 시간이 어색해서 아등바등하죠. 그걸 보며 커리어가 많든 적든, 쉼에 대한 연륜마저 느는 건 아니란 걸 알았어요. 책은 나와 친해지기 위한 '씀을 방법으로 제시해요. 저는 제공해 준 자기발견 툴킷이 도움이 되었어요. 생각이 많으면 일단 쓰라는 말이 있죠. 그 말이 딱 맞더라고요.

돌아가 처음에 들은 말들에 이젠 답하고 싶어요. 얘는 그렇게 살아도 제 삶을 잘 꾸리고 있다고. 그리고 젊으니까 조금 더 방황해 보겠다고요. 본래 퇴사하며 결심한 한 달의 쉼을 잘 보내겠다고요.

혹시나 저처럼 전전긍긍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자신에게 말해주세요. 첫 출근의 환상이 깨지는 것처럼 우리의 쉼도 환상이 깨진 것뿐이라고요. 이제 현실이 될 기회를 주라고요.

📚 𝙻𝚒𝚋𝚛𝚊𝚛𝚢 𝙲𝚊𝚛𝚍

대출 희망합니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1월 3주차 입고 도서는 『새벽과 음악』, 『음악, 밀당의 기술』, 『이처럼 사소한 것들』,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 『서울의 워커홀릭들』입니다.

📗 이제니 『새벽과 음악』 (2024, 시간의흐름)

'말들의흐름' 마지막 시리즈 『새벽과 음악』이 출간됐어요. 이 책은 시인의 내면적 고백인 동시에 '새벽'과 '음악'을 경유하여 도착한 한 권의 시론집이기도 합니다. 책 본문에 QR코드로 실은 두 개의 플레이스트는 깊은 새벽 책을 읽는 독자에게 선물과도 같아요. 불면의 새벽을 건너는 당신에게 문득 하나의 마음으로 연결되는 경이의 순간을 마주해 보세요.

📗 이미경 『음악, 밀당의 기술』 (2024, 곰출판)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박을 세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요. 멋진 연주가 끝나면 기립박수를 치는 등 서로 박자를 맞추기도 하죠. 저자는 동조에서 발생한 질서, 공감의 원형으로 박을 바라봅니다. 모두를 들썩이게 만드는 박(beat). 저마다 가슴에 하나씩 가지고 있는 '박'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2023, 다산책방)

『맡겨진 소녀』 이후 11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로, 키건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죠. 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어요. 곧 영화로 상영된다니, 그 전에 읽어보세요!

📗 엄지혜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 (2024, 마음산책)

<채널예스>와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만들며 책과 관련된 만나온 작가는, 타인을 면밀히 관찰하고 타인의 행동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책에선 자신의 호오와 생각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을 썼죠. 그가 쓴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은 곧 '닮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책으로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란 누구인지 파헤쳐 보려고요.

📗 홍정미 외 11명 『서울의 워커홀릭들』 (2024, 읻다)

확고한 취향과 신념으로 브랜드의 성공을 이끈 열두 명의 워커홀릭들의 이야깁니다. 하지만 성공담은 아니에요. 일, 사람, 돈이라는 핵심어로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건넵니다. 워커홀릭들은 왜 여전히 일하고 있을까요. 여전히 일에서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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