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호. 조금 늦은 2023 연말 결산호

2024. 2. 12.

우리에겐 세 번의 시작이 있죠. 1월 1일, 설날, 3월 1일. 그 중, 두 번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기념해 조금 늦은 연말 결산 호를 보내봐요. 사실 만들어 놓은 지는 꽤 되었는데, 기회를 엿보다가 이때다 싶어 보내봅니다. 나흘의 연휴는 눈 깜짝할 새 사라졌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고 남은 시간은 알차게, 힘차게 보내면 어떨까요.

💡 연말결산 미리보기

📅 올해의 독서달력 | 2023년 누적 독서 162권 돌파!

👑 2023 올해의 책 | 영광의 올해의 책 1위는?

💬 리뷰 모음.ZIP | 사서 마니를 감동시킨 독자 백일장

🎁 해제 | 마니브러리 럭키 박스!

📅 2023 Reading Tracker

올해의 독서달력

2023년 독서 달력입니다. 올해엔 누적 162권을 읽었어요. 월평균 13.5권을 읽은 셈이죠. 새 직장을 다니면 독서는 어려운 줄 알았는데, <밀리의 서재>를 가입하고 e-book에 맛을 들이니 출퇴근길 또는 점심시간 등 짬이 날 때 읽은 것이 수치로 보이더라고요. 물론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꾸준히 좋아하는 걸 놓지 않고 지켜냈다는 걸 방증하는 것 같아 한편으론 뿌듯하네요. 일 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국민이 절반이 넘는다고 합니다. 애독자로선 슬픈 소식이지만 <마니브러리> 구독자님만큼은 일 년에 한 권이라도 레터를 통해 관심을 가져보시길 바라요😊

📝 Book of the Year

2023 올해의 책

* 사진출처: 교보문고

2023년 올해의 책 1위는 백수린 작가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입니다. 19호. 상반기 별책 부록에서도 간단히 소개한 적 있죠. "사는 건 집을 찾는 여정 같아"라는 이 책의 주제문과 어울리는 다정한 시선과 통찰이 느껴지는 에세이에요. 작가는 재개발이란 단어가 오가는 동네로 이사를 오고, 그곳에서 정든 집 그리고 사람,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쓸려간 삶의 터전과 떠나버린 생명의 잔해 속에서도 그가 훼손되지 않은 건 선의의 기억 때문입니다.

멋들어지는 요리는 아니지만 함께 나눠 먹는 정,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가져가시기 편하게 옮겨 드리는 다정함, 오르막 꼭대기를 오르며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서울 안에서의 자유, 나의 고향이란 어떤 그리움. 작가는 변하는 것들의 뒷면을 아로새기며 눈을 맞추고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을 되새깁니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나 내 기억 저편의 고향과 닮아 왠지 알 것만 같았어요. 읽는 내내 물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낱장을 넘겼습니다. 따스한 마음이 제가 추구하는 삶과도 닮아서 마음에 오래 남은 올해의 책입니다.

🎈별책 부록: 하반기 𝑩𝑬𝑺𝑻 𝑩𝑶𝑶𝑲

사서 마니는 하반기에 84권을 읽고, 9권을 추천했어요. 고르고 골랐지만 아쉬움이 남는 책들도 분명히 있답니다. 소개할 만한 책이 없어 고심한 적도 있었고, 주제에 맞게 부러 선정한 책도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별책 부록으로 하반기 BEST BOOK을 순수하게 골라봤어요. 입이 간질간질했지만, 조용히 넘어갔던 작품들을 짧게나마 조명해 봐요✨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기억 #사랑 #가족 #친구

이훤의 사진과 이슬아의 시선이 아름답게 조흥하는 산문집입니다. 하나의 생뿐인 삶 속에서 그는 노란 장판의 마음을, 정갈하고 담백하게 풀어내죠. 친구의 실수, 가족의 기억은 살아남은 이야기가 되었고, 시간의 궤적을 지나 소재로 오래오래 남게 되었어요. 기억의 틈바구니에서 아이는 자라 여자가 되었고 어른이 되어 갑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충분하다는 느낌이, 안정된 분위기가 글 전반을 휘감는 게 인상적이에요.

📗임경선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작가 #나라는사람 #통찰 #글쓰기

태도와 자유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임경선 작가가 이번엔 '나'에 집중합니다. 나이 듦과 글쓰기, 삶의 선택에 천착해 솔직한 고백을 이어가요. 나에 대한 의구심이 무르익던 여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솔직한 삶은 무엇일까. 작가보다 어린 저는 그 답을 찾기 위해 한참을 더 지내야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고민이 답을 찾아주진 않는다는 겁니다. 때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으니까요.

📗김화진 『공룡의 이동 경로』

#우정 #인간관계 #마음의경로 #연작소설

올해의 책 다섯 권 중 하나이지만, 유일하게 본레터에서 소개하지 못한 소설입니다. 그래서 너무 아쉬웠어요. 제멋대로 붙인 별명 '마음 해부학자' 김화진의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이거든요.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이들의 마음 경로를 따라가는 공룡 '피망이'의 귀여움을 한껏 느낄 수 있어요. 작가는 『나주에 대하여』에서 보여준 못생긴 마음을 실감 나게 조명하여, 읽는 이를 소설 속으로 끌어당겨요. 시절 인연으로 남기엔 아쉬운 이들, 그들을 생각하며 읽기 좋은 청량감 넘치는 소설입니다.

📗최혜진 『에디토리얼 씽킹』

#에디터 #직업론 #성찰 #창조적사고

한때 저의 꿈은 에디터였어요. 창의적인 기획을 하고, 그에 맞는 글을 쓰고, 기고와 원고 요청을 받는 일을 해보고 싶었죠. 비록 여전히 꿈 자체로 남았지만, 위 책을 읽으며 내가 벼려야 할 에디팅의 관점을 바로 세울 수 있었어요. 본문 중에서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모든 것이 이미 이렇게 많은 세상이라면 그 안에서 어떻게 자기다움이나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저의 답은 재구성입니다. 나만의 관점은 '이걸 어떻게 조립해 보지?' 하는 것에서 태어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필요하다면 강추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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