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호. 찬란한 안부 인사

2024. 5. 1.

📚 39호. 찬란한 안부 인사

지난 이주는 답을 듣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쓰던 시간이었습니다. 답장이 오지 않는 삶 속에서도 묵묵히 걸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되뇌기도 했죠.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다짐이 무색하게 지켜지지 않던 때였어요.

여러분도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있으신가요? 이번 레터에서는 그 때를 떠올리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 𝙱𝚘𝚘𝚔 𝙲𝚊𝚕𝚎𝚗𝚍𝚊𝚛

이달의 독서달력

2024년 4월 5주차 독서달력입니다. 바다 옆 편의점에서 만들어 낸 기적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2023, 모모), 어디로든 데려가줄 자유로운 삶의 방식 『프리웨이』(2024, 웅진지식하우스), 긴 시차를 두고 도착한 애틋한 인사 『눈부신 안부』(2023, 문학동네),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의 태도 『응원하는 마음』(2024, 웅진지식하우스), 고사리를 꺾는 마음 『고사리 가방』(2018, 사계절), 편지로 전하는 위로의 마음 『츠바키 문구점』(2017, 위즈덤하우스), 책 읽고 싶어지는 책 『독서의 기쁨』(2018, 초록비책공방), 교토에서 만난 작은 여행 『교토의 햇살을 간직해』(2024, 위즈덤하우스), 꿈과 희망을 쫓는 '어른이' 이야기 『나의 돈키호테』(2024, 나무옆의자), 다정한 햇볕의 마음 『일종의 마음』(2023, 시인동네), 부치지 못한 편지 『복자에게』(2020, 문학동네),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가르쳐준 삶의 모든 것 『한 스푼의 시간』(2016, 위즈덤하우스) 까지 총 12권을 완독했습니다.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𝚂𝚝𝚛𝚊𝚢 𝚝𝚑𝚘𝚞𝚐𝚑𝚝𝚜

쉼표와 따옴표

출처: 픽사베이

지금 제주는 고사리 장마야. 하루걸러 하루씩 내리는 안개비 속에서, 고사리를 꺾는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있어. 이맘때면 세상은 푸르러지고, 공원에는 봄과 여름 사이의 계절을 즐기는 사람이 가득하지. 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바쁘게 달리고 있어서, 한 뼘 쉬어가라는 말이 좀처럼 와닿지 않아.

최근에는 몸도 많이 지쳤어. 피곤함이 쌓이다 보니 입술 포진도 생기고, 어깨도 걸려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어. 몸도 쉬라고 신호를 보내는 데 마음처럼 쉬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꼈지. 너는 언제나 열심히였어. 나를 바라봐 주길 바라서 열심히 했단 걸 알아. 너의 책임감은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서 손을 펼 수조차 없게 굳은 힘이 들어가 있었어.

힘을 빼도 돼, 라고 말을 해도 너는 안 듣겠지. 꼭 아파봐야만 그제야 조금씩 무게를 내려놓던 너니까. 그래서 힘들었던 걸 알아. 아픔을 맛보고 나서야 추동을 멈추는 걸 나라고 어찌할 수 있었겠니.

나는 그게 후회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라 생각해. 후회는 미련을 불러오니까. 미련은 늘 곁에서 맴돌고 있었어. 처음 미련을 배웠던 날이 생각나니? 네가 죽을 만큼 사랑했던 피아노를 놓아주어야 했을 때를. 처음이었지. 너는 그저 욕심 없이 좋아해서 하는 것인데 세상은 재능과 평가로 생채기를 냈어.

첫 마음이 또렷해서였을까? 늘 안전한 길로 우회하던 네가 기억나. 그러나 꿈틀거리는 마음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을 때, 너의 좋아하는 마음이 재능이란 벽을 넘고 피어올랐을 때를. 그건 살아가기 위한, 아니 살기 위한 거였어.

이제 더 이상 너를 가두지 않을게. 누가 무어라 떠들어도 너는 너만의 길을 가!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와도 괜찮아. 대신 조건이 있어. 묵묵히 견뎌온 너의 마음, 그리고 감정에 한 번씩 볕을 쐬어줘. 참고 참았던 게 터지지 않도록, 울분이 되지 않도록 슬픈 우울함이 되어 다시 너를 놓아버리지 않도록. 그 정도의 여력은 남겨놔 줄래?

5년, 10년 뒤, 그 후에도 너는 무엇이 되지 못했을지 몰라. 그럼에도 기억해. 무엇이 되지 못한 건 너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란 걸. 그럴 땐 그저 지금의 일상도 괜찮다고 방긋 웃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포용하길 바랄게.

그럼,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언젠가 피어날 나에게.

위 편지는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나에게 쓴 편지입니다. 나의 마음이 다른 이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썼어요. 편지를 쓰면서 유다빈밴드의 'LETTER'를 자주 들었습니다.

"빛나는 날을 허락해주세요 시들지 않는 사랑을 주세요 소리 없는 말을 해주세요 날 미친 사람이래도 좋아요"라는 가사가 유독 마음에 박히더군요.

외로움이 사무칠 때, 한 번씩 들어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래가 궁금하다면 🎶

💬 𝙱𝚘𝚘𝚔 𝚌𝚘𝚖𝚖𝚎𝚗𝚝

이주의 독서리뷰

백수린 『눈부신 안부』 (2023, 문학동네)

"그럼, 어른도 울지. 겉만 커다랗지 어른도 사실은 아이랑 다를게 없거든."

백수린의 문체는 다정하고 찬란합니다. 마치 맑은 수채화 한 편을 보는 듯하달까요. 그의 첫 장편소설인 『눈부신 안부』는 파독 간호사였던 이모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중, 선자 이모의 첫사랑 K.H를 찾기 위한 어린 날의 여정과 과오를 마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죠.

화자인 '해미'는 화재 사고로 언니가 잃고 엄마와 동생과 함께 독일에 사는 이모에게로 향합니다. 어린아이인 해미는 언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독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짓말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다 이모의 주선으로 만난 레나와 한수라는 친구들을 통해 조금씩 적응해 나가기 시작하죠.

한수의 엄마인 선자 이모에겐 K.H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이자 일기가 가득합니다. 한수는 엄마가 아프자, 해미에게 모든 자료를 넘겨주며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해미는 한수의 부탁에 부담을 느끼고 거짓으로 K.H를 흉내 내 편지를 보내고, 이후에는 레나, 한수와의 소통을 끊어버려요.

해미의 거짓말은 예상치 못한 기적을 만듭니다. 선자 이모는 K.H에게, 그리고 해미에게 편지를 쓰며 영면을 맞이하죠. 더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책을 직접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각자의 불안을 견디는 일이었다.

우리를 조급하게 어른으로 만들어버리고 마는 결핍을 견디는.

소설은 독일의 풍경과 파독 간호사의 어려움, 그리고 찬란하고 아름다운 슬픔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그려냅니다. 시차를 두고 도착한 편지는 해미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며, 언니와 이모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내도록 해주죠. K.H를 찾는 여정 덕분에 해미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돼요.

오랫동안 나만 괴로운 줄 알았다는 해미는 용기를 내어 해나에게 사과합니다. 해나는 웃으며 "원래 사람들은 다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위로합니다. 이들의 애틋한 화해의 인사는 앞으로 아이들의 인생이, 어른들의 인생이 마냥 불행했다고 단정 짓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해줘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고 있었으니까요.

📚 𝙻𝚒𝚋𝚛𝚊𝚛𝚢 𝙲𝚊𝚛𝚍

대출 희망합니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4월 5주차 입고 도서는 『마은의 가게』, 『하루의 책상』, 『제철 행복』,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나와의 워크숍』입니다.

📗 이서수 『마은의 가게』 (2024, 문학과지성사)

직접 카페를 창업하고 팬데믹과 함께 문을 닫아야만 했던 작가의 지난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장편소설입니다. 현실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면서도 결코 위트를 잃지 않는 이서수표 미학이 집약된 작품이죠. 여성 자영업자가 겪는 두려움과 자괴감, 이를 극복하게 하는 사랑과 연대의 이야기. 단편적인 위로가 아닌 구체적인 힘이 필요하다면 읽어보세요.

📗 하루 『하루의 책상』 (2024, 아침달)

책상 위에서 시작한 '독서'와 '기록'의 짜임으로 자신만의 윤곽을 만들어온 '기록생활자' 작가 하루의 첫 번째 산문집이에요. 채널 <하루의 책상>을 통해 전해온 진심이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겼죠.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독서기록의 길잡이를 함께 제안하는 하루 작가와 함께 책 읽기의 보폭을 나눠 보는 건 어떨까요.

📗 김신지 『제철 행복』 (2024, 인플루엔셜)

김신지 작가의 24절기 제철 행복 알림장입니다. 시절에 챙겨야 하는 작은 기쁨들, 이 책은 바로 그 '제철 행복'에 대한 이야기죠. 우린 종종 이 순간의 행복에 대해 잊고 삽니다. 그래서 서글픈 때도 있죠. 작가는 '이게 사는 건가'와 '이 맛에 살지' 사이에는 계획과 의지가 필요한 법이라며, 아무 대가 없이 찾아온 계절의 즐거움을 선물해 주라고 말합니다. '제철 숙제'를 해내다 보면 우리의 1년은 좀 더 나은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 금정연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2024, 북트리거)

애서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금정연의 첫 일기집이에요. 2021년 겨울부터 2023년 가을까지 약 2년 간의 일기를 모아 계절별로 실었죠.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일기에 과거 다른 작가들의 일기를 현재적으로 포개어 일종의 '평행 세계'를 펼쳐 놓는다는 점입니다. 더없이 진지하며, 웃기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눈물나는 일기 모음은 '뭐라도 쓰는 삶'을 꿈꾸는 오늘날의 많은 독자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 같네요.

📗 김해리 『나와의 워크숍』 (2024, 리드앤두)

'나다운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김해리 작가의 셀프 라이팅북입니다. '나다운 일'을 찾은 선배가 들려주는 생생한 가이드는 회고와 탐구 이후, 실행 방안까지 넉넉히 제공해 주죠. 지금부터 5일, 가이드에 따라 질문에 답하다 보면 앞으로 무얼 하며 어떻게 살지 방향을 세울 수 있을 거예요.

*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